[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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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샌드박스가 올해로 세 번째 돌을 맞았다. 신기술 기업들이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규제없이 사업을 테스트할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관계부처 심의를 거쳐 임시·예외적으로 사업을 허용해줌으로써 규제의 그물을 걷어내는 과정이었다. 

이를 통해 사업에 날개를 달고 승승장구한 이들이 있는 반면 높은 심의의 벽에 막혀 좌절을 겪은 이들도 있었다. 

분명 획기적이고 바람직한 제도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스타트업 열풍이 전세계를 휘감고 있는 요즘, 각국은 규제 완화를 통해 창업을 장려하고 지원하고 있다.

영국은 유럽을 대표하는 스타트업 강국이다. 일찍이 금융 분야가 발달한 영국에서는 금융과 기술을 결합한 핀테크(fintech) 스타트업이 두드러지게 발달했다. 런던 동쪽에 위치해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테크시티’가 그 중심지다. 

금융 분야는 복잡한 시스템으로 인해 다른 분야보다도 규제가 많은 곳이다. 자연히 규제 샌드박스가 최초로 태동한 곳도 바로 영국이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금융상품을 실생활 환경에서 테스트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노베이션 허브를 만든 것이 그 시작이다. 영국의 핀테크 기업들은 정식 허가를 받기 전 단계에 이곳에서 신제품을 개발하고 시험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1년에 두 차례 신청을 통해 기수별로 선발한 뒤 3개월에서 6개월 동안 테스트를 허용한다. 심의 기준은 영국 내 사업영위부터 혁신성, 소비자 편익 증대, 테스트 필요성 및 준비성 여부 등이다. 

이를 토대로 5개 샌드박스 수단을 통해 혁신금융서비스의 테스트를 지원한다. 기계학습(ML) 및 인지컴퓨팅, 가상통화와 블록체인, 빅데이터 분석·최적화 및 결합, 배포시스템, 모바일결제시스템, P2P애플리케이션 등이 이를 통해 싹을 틔운 핵심기술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블록체인 기술 기반 핀테크 스타트업 ‘니바우라(Nivaura)’다. 채권·주식·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의 발행 및 관리 프로세스를 자동화한 금융기관용 플랫폼을 개발하는 이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발행한 채권의 상용화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완전 인가를 획득해 최근 2천만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인터넷 기반 부동산 중개 전문 스타트업 ‘네스티드(Nested)’ 역시 빅데이터를 활용한 부동산 매도가 측정에서부터 매매 중개와 매매 전 대출 서비스 등을 테스트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리즈C 단계까지 8천만달러가 넘는 투자를 받았다.

아시아 금융의 허브로 자리매김한 싱가포르는 이 같은 영국의 규제샌드박스를 벤치마킹했다. 싱가포르가 영국과의 ‘핀테크 브릿지(FinTech Bridge)’를 출범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단계부터 시작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들은 영국과 달리 금융 이외에도 의료·환경·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했다. 그러나 2018년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150개 기업 중 3곳만이 테스트를 통과하는 등 높은 진입장벽의 문제가 불거지자, 문턱을 낮추기 위해 ‘샌드박스 익스프레스’를 새로 도입했다. 

신청·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실험을 신속히 착수할 수 있는데, 특정한 규제 환경 내에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나 제품을 테스트하려는 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기업건전성과 기술혁신성이라는 단 2개의 기준만으로 심의해 21일 안에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이는 전 세계 규제 샌드박스 시행국가 중 가장 짧은 심의 기간이다.

스타트업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로 꼽히는 일본의 경우 규제 샌드박스는 일찌감치 도입했다. 2018년 생산성향상특별조치법이 시행되면서다. 일본경제재생종합사무국에서 기한을 두지 않고 수시로 신청을 받아 심의하는데, 분야는 제한이 없다.

일본은 규제 샌드박스 신청으로부터 허가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원칙적으로 2개월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주무부처는 신청서를 제출받은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평가위원회에 견해를 송부하고, 위원회는 다시 1개월 이내에 허가여부를 기업에게 통지하도록 했다. 

다만 실증 내용에 맞게끔 기업이 최장 6개월까지 적절한 기간을 설정할 수 있으며, 해외 기업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빠른 심의와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이 과정을 담당하는 기관을 일원화했다. 정부 단일 종합창구인 ‘신기술 등 사회구현추진팀’을 운영해 신청 사업에 대한 중복 방지 및 사업 절차의 업무 효율화를 추구한다.

미국의 경우 아직 전체 연방 차원의 규제 샌드박스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2018년 재무부가 발표한 금융규제 개선 권고안에 규제 샌드박스 관련 내용이 포함되면서 개별 주정부에서 속속 도입하고 있는 중이다.

최초로 독자적인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한 곳은 애리조나주다. 샌드박스 허가를 받은 기업은 일정한 애리조나주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대출, 투자자문, 송금 등을 적용한 새로운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24개월간 제공할 수 있다.

주별로 규제 샌드박스를 실시하는 곳이 늘어나자 연방정부는 주별 규제 담당기관이 협력해 규제 샌드박스 기능을 하는 체계를 설계하고 연방 차원에서 통합적인 규제 접근을 수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조정하고 의미 있는 실험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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