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연속 무역적자…대중국 적자폭 확대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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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수지 적자가 5개월째 이어지면서 우리경제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수출은 역대 8월 수출액 기록을 경신했지만, 수입도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8월 수출액은 지난해 8월의 532억달러를 30억달러 가량 높은 566억7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역대 8월 수출액에 대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전년동기비 6.6% 증가로 22개월 연속 수출 증가라는 기록도 이어갔다.

하지만 이러한 수출 실적에도 우려감은 높다. 무역수지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8월 무역수지 적자는 -94억7,000만달러에 달해 4월 이후 5개월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우려를 더하는 부분은 적자폭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5월 적자폭을 다소 줄였지만, 6월부터 무역수지 적자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반등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됐으며, 인플레이션으로 전세계가 통화 긴축 정책을 최우선에 두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급망 불안, 소비 약화 등으로 인해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2021년 이후 월별 무역수지 변화. (단위 : 억달러) [source=산업통상자원부]
2021년 이후 월별 무역수지 변화. (단위 : 억달러) [source=산업통상자원부]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 품목인 반도체 성장도 꺾였다. 8월 107억8200만달러 수출로 16개월 연속 100억달러 이상 수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지만, 지난해 8월 기록했던 116억9500만달러와 비교하면 큰 폭(7.8%)의 수출 감소로 26개월 연속으로 이어오던 전년동월비 수출증가 기록이 멈췄다. 

또 6월 123억5000만달러를 정점으로, 7월 112억1300만달러, 8월 107억8200만달러로 2개월 연속으로 반도체 수출 총액도 줄었다. 반도체 시장에서 전통적인 비수기는 2분기로, 3분기부터는 수요 반등이 이뤄졌음을 감안하면, 7월 이후의 반도체 수출액 감소는 경고등으로 해석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신규 CPU 출시 지연과 더불어 인플레이션에 의한 구매력 저하,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 하락 등이 겹쳐지면서 반도체 수출 마이너스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외에 무선통신기기, 디스플레이, 컴퓨터 등 IT 품목들도 역성장을 기록했다. 무선통신기기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위축의 영향을 받으면서 20.7%(13억2,400만달러) 감소했으며, 디스플레이도 5.7% 하락한 18억3500만달러에 그쳤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차세대 주력 품목인 OLED 수출이 12억7,700만달러로 8.7%의 역성장을 기록한 점이 뼈아프다. 컴퓨터 분야의 수출도 1/3 가량이(30%)이 증발해 11억5300만달러 수출액으로 침체됐다. 

긍정적 소식은 자동차 부문의 회복(35.9% 증가)과 더불어 전기차(EV), 이차전지 등 미래차 분야에서 높은 성장을 이뤄냈다는 점이다. 전기차는 전년동월비 29.2% 증가(7억3,500달러)하고, 2차전지 역시 35.7%(9억4,000만달러)를 기록해 수출증가세를 이어가는 데 기여했다.  

15대 품목별 8월 수출증감률(%) [sorce=산업통상자원부]
15대 품목별 8월 수출증감률(%) [sorce=산업통상자원부]

지역별로 보면 대미국 수출이 견고한 가운데, 대중국 수출 감소폭이 더 확대됐다. 대미국 수출은 자동차(전기차),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확산돼 13.7% 증가, 2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8월 기록한 87억5,600만달러 수출은 역대 8월 대미 수출액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대중 수출은 무선통신기기(14.1%), 반도체(3.4%) 품목 등이 줄어들면서 수출감소폭이 5.4%를 기록해 6월(0.8%), 7월(2.7%)에 이어 3개월 연속으로 전년대비 감소세를 이어갔으며 감소폭도 커졌다.

반면 대중 수입은 15.1% 증가해 5월부터 두 자릿수의 대중 수입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 

대중 무역수지는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대중국 무역수지가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한중 수교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달 3개월 연속에 적자도 한중수교 이후 첫 사례로 우려섞인 관심을 모았는데, 그 기록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중 무역 외 일본, EU, CSI, 중남미, 중동 등에서도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주요 10대 무역국 중 6개 지역에서 무역수지 적자를 나타낸 것. 이에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는 5개월째 이어졌으며, 적자폭도 94억7000만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정부는 무역수지 적자에 대해 에너지 가격 급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일본, 이탈리아 등의 무역수지도 악화됐다고 전했다.

또 상반기 기준으로 무역 상위 10개국 중 무역흑자는 중국, 독일, 네덜란드 등 3개국만 이뤄냈다고 전했다. 무역수지 악화 상황이 우리나라(상반기 적자 104억달러)만의 특별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의 상황도 유사하다고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물론 에너지 가격 상승, 전세계적인 경기 둔화 등 악재가 산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악화되는 경제 지표들에 ‘다른 나라들도 다 어렵다’면서 스스로 안도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8월 무역수지 적자는 상반기 무역수지 적자 총액(104억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 무역 정책 등을 재점검해 원인과 해결방안을 도출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대중 수출 감소를 대미 수출 증가로 메우고 있지만, 대미 수출이 꺾일 수 있는 악재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인플레감축법(IRA)이다. 8월 기록적인 대미 수출 증가에 자동차, 이차전지, 차부품이 자리함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IRA로 인해 국내 생산 전기차의 미국 내 보조금 혜택이 중단돼 판매에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된다.

IRA 통과에 대해 정부 차원의 효과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받는 배경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지 100여일을 넘어섰지만 출범 이후 직면한 수출 감소, 무역수지 적자 등 복합경제위기에 대한 뚜렷한 해법은 보이지 않고 있어, 악화된 경제 상황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현명한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장관은 “정부는 최근 무역적자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는 등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확대를 통해 무역수지가 개선될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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