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보고서, 물적 투자 중심서 무형자산 투자 활성화 유도해야
혁신기업 육성을 위해 ‘특허박스’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허박스 제도는 특허 등 지재권(IP)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한 통상 법인세율보다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1일 보고서(기업혁신 장려를 위한 특허박스 도입방안 검토)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지재권에 대한 투자활성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혁신산업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경연은 “우리나라의 경우 연구개발(R&D) 투자단계에 조세지원이 치중돼 있고 사업화 단계에서는 특별한 세제혜택이 없어 기업의 연구활동 촉진과 특허 등 지식재산에 대한 국내투자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R&D 투자와 특허 출원수는 전세계적으로 상위권이지만 개발된 기술이 사업화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다.
한경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4.93%로 세계 2위 수준이고 특허 출원건수는 2021년 기준 24만건으로 세계 4위 수준이다. 허나 최근 5년간(2017년~2021년) 실제 사업화에 성공한 과제는 2017년 248건에서 2021년 144건으로 줄었고 사업화 성공률은 연평균 42.9%에 불과하다.
임동원 한경연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는 연구개발 관련 활동이나 관련 시설투자에 대해서만 세제혜택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본질적 의미에서의 특허박스제도는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R&D 성과물 활용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특허박스 등 성과물의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지원을 도입한다면 특허권 등을 활용한 기술사업화를 촉진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보고서를 통해 2022년 기준 24개 국가가 특허박스, 지식재산박스(IP Box), 혁신박스(Innovation Box)와 같은 이름으로 특허박스제도를 도입·시행하고 있으며 IP 등에 대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 포괄적인 세제혜택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U의 주요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특허박스 제도는 적용대상 지재권의 범위가 넓을 뿐 아니라 적용대상 소득의 유형도 다양해 혁신기업의 육성을 통한 혁신성장국가로의 도약이라는 특허박스제도의 도입목적과 취지에 가장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임 연구위원은 “영국의 경우 특허박스 제도를 도입하여 영국 국내의 혁신기업을 자국 내에 유지하도록 유인하거나 국외의 혁신기업을 유치하는데 크게 기여해 영국의 혁신성장 생태계 조성에 일조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영국은 이 제도 도입 후 신청회사 및 신청금액이 첫해인 2013년보다 2021년에 각각 2배, 3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 “미국도 특허박스 제도를 도입하지는 않았지만 자국의 산업보호, 리쇼어링 지원 등을 위해 자국 내 지재권과 같은 무형자산의 사용과 관련한 소득에 대해 세부담을 줄여주는 FDII 제도를 2017년부터 도입해 정책적으로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적 흐름을 감안해 우리나라도 기업의 투자 유치 및 활성화, 리쇼어링 지원,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특허박스 제도와 같이 혁신산업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조세상 우대를 확대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한경연의 주장이다.
보고서는 현행 R&D에 대한 조세지원은 지원 대상 기술의 열거주의와 사전 요건심사 등에 시간이 소요되는 등 기술혁신의 속도에 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지속가능한 기술혁신을 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물적 투자 중심에서 기술인력 양성 및 무형자산 투자활성화를 유도하는 특허박스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OECD가 발표한 국제적 세원잠식과 소득이전 실행계획(BEPS Action 5)의 관련 권고안을 수용해 세제지원 대상이 되는 지재권에 의해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혜택과 그 지재권 개발에 발생하는 연구개발 지출이 실질적으로 연결돼야 하고, 적용기업 관련해서는 기업 규모에 따라 구분해 차별할 필요 없이 전체기업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임 연구위원은 “특허박스제도의 세수 영향은 사업화 촉진을 통해 기업수익이 증가해 세수가 증가하는 효과와 기업의 실질 세율이 감소해 세수가 감소하는 효과가 동시에 작용해 보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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