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저항 없는 반자성 물질이 주식시장 들었다 놨다
논문 검증 진행 중, 지나친 관심 경계해야
8월 초 무더위만큼 초전도체라는 화두가 전세계를 뜨겁게 강타했다. 진원지는 우리나라다. 국내 연구진의 상온·상압 초전도체 물질(LK-99) 개발에 대한 논문이 알려지면서 전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것이다.
초전도체(Superconductor)는 8월 첫 주 국내 주식시장을 혼돈에 빠져들게 한 주제다.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 기업(퀀텀에너지연구소)과 관련을 지닌다고 알려진 일명 초전도체 테마주들의 급등과 급락으로 투자자들을 일희일비하게 했다.
일례로 지난달 31일 장중 한때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시동을 걸었던 덕성은 이달 1일부터 3일까지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초전도체 열풍을 입증했다. 하지만, 회의론이 부각된 4일에는 장중 한때 20% 이상의 급락이 발생하기도 하는 등 주가가 요동치는 모습이다.
덕성은 초전도 마그네트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기업으로, 이달에만 100% 이상의 주가 상승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 기간 거래대금은 전월대비 2000% 이상 증가했다.
이외에도 고려제강, 대창, 모비스, 서원, 신성델타테크, 원익피앤이, 파워로직스, 피피아이, LS전선아시아, LS네트웍스 등 다수의 기업이 시장에서 초전도체 관련주로 분류되면서 시장 급등락을 경험했다.
◆왜 초전도체인가?
초전도체가 무엇이길래 이토록 시장이 열광하는 것일까? 먼저 초전도체란, 전기 저항이 없는(0Ω) 동시에 마이스너 효과(반자성)를 지닌 물질을 말한다. 특히 마이스너 효과는 초전도체를 구분짓는 특징으로, 어떤 자기장도 초전도체를 침투할 수 없게 되며 내부의 자기장도 완전히 없어지는 완전반자성이 된다.
이러한 반자성의 특징은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 소식과 함께 수많은 인터넷 밈이 등장하게 한 요소다.
완전반자성의 특질로 인해 자기장에 반발해 초전도체는 공중에 뜰 수 있는데, 이를 응용하면 SF영화나 애니메이션 속 공중도시와 같은 일이 실제화될 수 있다는 희망섞인 밈이다.
공중도시는 초전도체가 지닌 미래 혁신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밈이지만, 초전도체가 가져올 파급력은 적지 않다. 전기 활용에 대한 기존의 제약을 단숨에 파괴해 수많은 분야에서의 혁신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다. 전기저항 제로(0Ω)의 특성은 저항으로 인한 발열 문제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열 해소를 위한 설계와 장치를 제거해 더 소형화되고, 소음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전자기기의 수명도 한층 증대시킬 수 있다.
특히 전성비(성능/소비전력)가 획기적으로 개선돼 배터리 사용시간이 비약적으로 증대된다. 즉, 초전도체 하나로 가용 기술력의 최대 한계치까지 극한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력 분야에서의 효율도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현재의 송전에서는 전선의 전기저항으로 인한 손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초전도체로 전선을 구성할 수 있게 되면, 송전 효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할 수 있게 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사막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대규모로 설치하고 이를 전세계에 송전하는 일도 불가능하지는 않게 된다.
전기차(EV)의 상용화, 효율도 한층 앞당길 수 있다. 이론적으로 닫힌 초전도 코일 내에서 전류가 무한히 맴돌게 되는데, 이를 이용하면 손실없이 간편하게 전기를 저장할 수 있게 되는 에너지 저장장치의 혁신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보다 효율적인 자기부상열차가 가능하게 되며, 대규모 데이터센터에서의 발열 문제도 손쉽게 해소하고, 향상된 양자컴퓨터의 소형화·상용화도 앞당길 수 있게 되는 등 무한한 상상력의 실현이 가능하게 된다.
즉 여객, 환경, 도시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혁신 시대가 성큼 다가올 수 있는 게임체인저라는 것이 상온·상압 초전도체에 대한 열광의 배경이다.
◆관건은 상온·상압이다
초전도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초전도체에 대한 연구는 이미 100년이 넘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전기저항 제로, 완전반자성의 특질로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장점들에 주목해 초전도체 연구는 오래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이미 상용화된 기술도 적지 않다.
의료 분야의 자기공명영상(MRI)이 바로 초전도체를 활용한 대표적인 장비이며, 양자컴퓨터에서도 초전도체 활용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문제는 초전도체 구현이 극도의 초저온·초고압 상태에서 가능하다는 점으로, 초전도체의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일부 분야에서만 활용되는 이유가 이러한 까다로운 조건 때문이다.
예를 들어 MRI의 경우, 초전도체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액체 헬륨 기반 냉각이 필요하며, 이는 MRI의 가격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자기부상열차의 경우에도 초전도체 기반 방식이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긴 선로를 극저온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상온·상압 초전도체는 기존 초전도체 상용화를 가로막던 제한을 제거하기 때문에 획기적이다. 더욱이 공개된 연구에서 상온·상압 초전도체 구현 방법의 난이도가 높지 않다는 점은 초전도체 열풍을 더욱 부채질하는 배경으로 평가된다.
지나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선 연구의 검증 여부다. 공개된 연구에 대한 갑론을박이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초전도체 열풍을 불러온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공개된 누구나 논문을 올릴 수 있는 공개 웹사이트로 이곳에서의 게재가 곧 검증 완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중국 등 전세계 각지에서는 퀀텀에너지연구소가 개발한 ‘LK-99’가 초전도체가 맞는지의 여부에 대한 논란과 더불어 연구에서 제시된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 방법에 대한 검증이 함께 진행되고 있으며, 긍정론과 부정론이 엇갈리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초전도체 광풍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검증 여부는 차지하고, 초전도체라는 단어하나, 혹은 연관성으로 급증과 급락이 이어지는 이상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초전도체 테마주로 분류된 기업 중 하나는 주력사업이 의류·가구사업이며, 초전도 연구소를 개설하면서 신소재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업은 초전도체 테마주로 인식되면서 100% 이상의 급등을 기록했으며, 퀀텀에너지연구소 LK-99에 대한 학계 반응에 따라 주가 급등락이 반복되고 있다.
초전도체 테마주로 불리우는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퀀텀에너지연구소가 LK-99 개발에 소재로 활용한 구리를 다루거나 관련 장비를 생산한다는 이유로 초전도체 테마주로 분류돼 급등락이 발생하고 있다.
LK-99가 실제로 초전도체로 증명되더라도 이들이 실제 엄청난 수혜를 입을지는 불분명하지만, 초전도체 광풍 속에서 7월대비 거래량이 수백배 급증하며 도박같은 배팅이 이뤄지고 있다.
과열에 공식적인 우려를 표시한 기업들도 등장했다. 고온초전도 선재 생산기업으로, 최근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주가가 급등을 경험한 서남이 대표적이다.
서남이 보유한 기술은 상온이 아닌 절대온도 93K 이하에서 초전도 특성이 발현되는 2세대 고온초전도 선재로, 상온·상압 초전도체와는 결이 다르다. 하지만 초전도체에 대한 광풍 속에서 최근 2주간 350% 이상의 주가 급등이 발생했다.
서남은 “상온 상압 초전도체가 우리나라에서 개발된것이 사실이라면 초전도를 연구하고 실용화를 갈망하는 연구자의 입장에서 매우 기쁘고 축하할 일”이라면서도 “당사의 초전도 기술은 REBCO 물질을 기반으로 한 2세대 고온초전도선재로, 절대온도 93K(섭씨 -180도) 이하에서 초전도 특성이 발현되는 물질이며, 현재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연구기관과는 어떠한 연구협력이나 사업 교류가 없었음을 안내드린다”고 공지했다.
LK-99가 정말 상온·상압 초전도체라고 판명되더라도 상용화 여부는 별개의 영역이라는 지적도 있다. 과거 ‘꿈의 신소재’로 각광받았던 그래핀이 대표적으로 강도 부족, 높은 생산 단가 등의 문제로 인해 본격적인 대중화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LK-99가 상온·상압 초전도체로 증명되더라도 유용성 증명과 상용화에는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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