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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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파리기후협약에서는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인 섭씨 1.5도 이하로 억제할 것을 결의했다.

지난해 유엔 기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될 경우 2040년이면 1.5도 이상 상승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를 막으려면 2030년까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을 2019년 대비 43%나 감축해야 한다.

재앙은 코앞으로 다가왔고 글로벌 산업 전반의 엄청난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기후테크 분야에 시선이 집중되고 자본이 몰리는 배경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기후테크 전체 산업 규모는 2016년 169억달러(약 23조원)에서 2032년 1,480억달러(약 2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글로벌 기후테크 분야의 투자 규모는 600억달러(약 8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2019년 대비 4배가 넘는 수치다.

G2인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인도 등 세계 주요국들이 기후테크 분야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기후테크 투자에 나선 상황에서 흐름에 뒤처질 경우 산업의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엿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 빌 게이츠가 주도하는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와 아마존 회장인 제프 베이조스의 ‘베이조스 어스 펀드’가 대표적이다. 이들 2곳에서 운용하는 자본 규모는 도합 120억달러(약 15조원)가 넘는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는 이달부터 ‘인도-태평양 100대 기후테크 스타트업’ 모집에 돌입했다. 유망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 유치를 지원할 계획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혁신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자본이 몰리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력을 인정받게 되면 막대한 투자가 따라붙는다. 지난해 기술 실증에 성공한 아모지는 미국·영국을 비롯해 6개국에서 2억2000만달러(약 2,9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미국 히트펌프 기술 스타트업 에바리는 최근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기후 친화적인 냉난방 시스템을 앞세워 시드 투자만으로 750만달러(약 10억원)를 받았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이 같은 흐름에 다소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전체 특허 점유율로 보면 기후테크는 7%에 불과하다. 이는 일본(42%)이나 미국(20%) 등에 비해 한참이나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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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기후테크는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분위기지만 한국 전체 스타트업 중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5%가 채 되지 않고 유니콘은 아예 전무하다. 이렇다보니 클린테크그룹이 최근 선정한 100대 기후테크 스타트업 명단에 한국 기업의 이름은 아직 찾아볼 수 없다. 

기후테크 민간투자 규모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에선 기후테크에 약 30조원(215억달러)의 투자가 이뤄진 반면, 한국은 약 1조7500억원 규모(13억달러)에 그쳤다. 

상위 10개국 평균 투자 규모가 약 8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5분의 1 수준이다. 한국 특성상 기후테크가 유독 대기업에 집중돼 있어 밸런스를 맞춰 중견·중소·벤처기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앞으로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되는 만큼 아주 늦은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방안과 함께 향후 7년간 42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자본을 바탕으로 기술력이 확보되면 한국도 글로벌 기후테크 경쟁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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