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개원한 5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설치된 교통 표지판 너머로 본청에 걸린 축하 현수막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22대 국회가 개원한 5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설치된 교통 표지판 너머로 본청에 걸린 축하 현수막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22대 새로운 국회가 문을 열었다. 전반적인 경기 하락 속에 어느 분야나 어려움이 많지만 특히 벤처·스타트업 분야의 고민이 적지 않다. 

전통적인 산업은 기존부터 지원해 온 루트가 있는 데 반해 스타트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신산업이기 때문에 무엇이든 새로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서다. 정치적 이슈에 함몰돼 사실상 빈손이나 다름없던 지난 국회와 달라야만 한다는 업계의 절박함이 벌써부터 엿보인다.

스타트업계는 이미 총선을 앞둔 시점부터 발 빠르게 움직였다. 스타트업 대표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지난 3월 선거 의제로 지역 활성화를 통한 혁신 생태계 조성, 스타트업 글로벌 경쟁력 확보 위한 개방성 강화, 창업가 정신 기반 디지털 포용 사회 구축 등 3개 사안을 중심으로 11개의 세부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지역소멸·기후위기 등 현재 직면한 문제들을 스타트업만의 혁신성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해외에서 스타트업이 기존 산업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거나 신산업을 창출해 성장했듯 한국도 스타트업을 활성화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불행히도 정치권의 극심한 이전투구 속에 이같은 목소리는 조용히 묻혀버렸다. 표를 받기 위한 각축전 속에 스타트업의 외침에 반응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은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

대표성 있는 단체나 인사와 얼굴을 마주하는 이들은 없었고, 국민과의 약속이 담긴 공약집에도 고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재탕 공약들만 가득했다.

날개 달아주기가 아닌 발목 잡기가 우려되는 지점도 엿보인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잠정 보류됐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은 다시금 제정이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데 최다 의석을 얻은 제1야당이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입법권을 쥔 국회의 정책 방향은 스타트업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관련 업계도 가만히 포기할 수 없다.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자리 잡은 지 10년이 넘어가지만 여전히 손을 봐야할 각종 규제가 산적한 데다 지원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분야가 적지 않다.

새 국회 출범과 함께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은 AI 기본법이다.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고 서울에서 AI 정상회의까지 개최되는 시대지만 정작 우리에겐 AI 산업 육성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법 자체도 부재한 상황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AI 관련 법제화가 이뤄졌거나 빠르게 진행 중인데, 한국의 경우 지난해 초 국회 상임위 소위를 통과하고도 여야 다툼 속에 계속해서 뒷전으로 밀리고 방치되다 결국 21대 국회가 끝나면서 폐기됐다.

AI 분야 스타트업들은 기본법이 만들어지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세워져야 발맞춰 전략을 구상하고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해 투자를 도모할 수 있다. 기준이 되는 법이 없는 상황에서는 기술 개발이 쉽지 않고, 개발하더라도 향후 법이 만들어졌을 때 문제의 소지가 때문에 리스크도 클 수밖에 없다.

실효성 있는 입법에 앞서 업계와의 소통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영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과 질서를 흐리는 이들에 대해 제재와 조치를 요청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분명 우리 경제의 한 축이고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주인공이지만, 대기업이나 기존 산업 집단에 비해 역사가 짧고 이슈를 띄울 힘이 부족해 정치권에서 먼저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으면 계속해서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모빌리티-택시업계, 법률서비스-변호사업계, 비대면 진료서비스-의료·의약업계 등 과거부터 계속되고 있는 스타트업-기존 산업 간 갈등 문제도 결국은 정부와 정치권이 중재하고 풀어야 할 부분이다.

어느 한 쪽의 손만을 들어주거나 방치함으로써 입게 될 피해는 국가와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 각국의 경제 전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는 중이다. 기술 경쟁의 속도는 빨라지고 전선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대한민국도 글로벌 창업대국과 스타트업 후진국의 갈림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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