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엔비디아 오픈AI 펀딩 참여로 ‘적과의 동침’
‘올인’ 정책이 불러일으킬 ‘AI버블’ 후폭풍 우려도
인공지능(AI) 기술이 전세계 경제·사회의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끝이 언제일지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앞서나가려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최근 발 빠른 행보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애플과 엔비디아는 오픈AI에 대한 수십억달러 규모의 신규 지분 투자를 논의 중이다. 업계에서는 두 빅테크 기업이 각각 최소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폰에 챗GPT를 적용하는 애플과 AI칩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의 이번 투자가 성사되면 기존 최대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해 미국 시가총액 ‘빅3’ 빅테크가 모두 오픈AI 주주로 자리 잡게 된다. 오픈AI 입장에서는 지난해 MS의 100억달러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투자유치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애플과 엔비디아의 투자 논의에 대해 AI시대를 맞아 경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파트너십 구축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그간 부품 수급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제조 파트너사를 중심으로 투자를 진행해 온 애플 입장에서는, 이달 선보이게 될 아이폰16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이폰16에는 음성비서 시리에 챗GPT의 기능이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MS의 사례가 참고가 된 것으로 보인다. MS는 앞선 3차례의 투자를 통해 오픈AI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자사 AI챗봇인 ‘MS코파일럿’에 챗GPT를 도입한 바 있다.
지난 6월 자체 개발한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하고 애플 기기 전반에 생성AI 체계를 적용할 계획을 공개했지만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애플로서는 반등의 계기가 필요하다.
엔비디아의 경우 오픈AI와의 오랜 파트너십을 토대로 이번 투자에 접근했다는 평가다. 오픈AI는 엔비디아의 AI칩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 중 하나로, 사업 초기부터 관계를 구축해 왔으며 이번 하반기 블랙웰 시제품도 오픈AI에 우선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의 최대 주주인 MS와의 관계 역시 엔비디아로서는 고려 대상이다. MS는 시장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 AI에 최적화된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칩을 MS로부터 수주하는 것이 엔비디아의 목표다.
매출 증가에 비해 증가율이 다소 하락하고 이로 인해 주가가 흔들리는 상황을 타개할 묘책이 절실하다.
신규 투자에 목마른 오픈AI의 상황도 여기에 맞물렸다. 올해 오픈AI가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매출은 30~40억달러 수준인 반면 인건비와 반도체 구매비용 등의 지출은 80억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메타와 구글 같은 거대 경쟁자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서도 ‘실탄’ 수급이 시급하다.
이처럼 빅테크 공룡들이 AI에 목을 매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서다. AI시장은 올해 1,840억달러를 돌파해 2030년이면 8,26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챗GPT가 이끄는 생성AI 시장은 연평균 무려 30% 이상씩 성장해 오는 2027년 426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올인’이 자칫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빅테크 기업들이 아직은 AI서비스로 유의미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AI버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오픈AI의 적자가 길어지고 수익성 제고가 늦어지면서 이같은 우려는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AI기술에 대해 비싼 가격임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단계엔 이르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럼에도 빅테크의 ‘AI에 대한 사랑’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AI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데다, 이들의 목표는 최후의 승리자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가 거듭되는 만큼 이들 간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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