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장으로 진군하는 ARM 아키텍처
데이터센터 시장에 도전장 낸 RISC -V 주목

개인용 PC의 표준으로 자리한 x86 아키텍처가 저전력 AI PC 시장에서 도전에 맞닥들였다. [사진=로이터]
개인용 PC의 표준으로 자리한 x86 아키텍처가 저전력 AI PC 시장에서 도전에 맞닥들였다. [사진=로이터]

컴퓨터의 대명사와 같이 여겨졌던 x86 아키텍처가 위기다. PC 시대의 개막을 이끌면서 수십년간 승승장구해 왔으나 이제는 경쟁 기술의 거센 도전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인텔이 1978년에 출시한 인텔 8086으로 시작된 x86 아키텍처는 개인용 PC 시장에서는 컴퓨터를 의미하는 단어이기도 했다. 386, 486 등 PC 세대를 나누는 단어들도 인텔의 프로세서 명 80368, 40486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은 x86의 압도적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PC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던 x86은 인터넷 시대의 확산과 더불어 영향력을 넓히며 승승장구했다.

폐쇄적 메인프레임을 개방형 유닉스가 대체했지만, 막대한 서버 시스템을 운영하는 구글 등이 비용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다수의 x86 시스템을 엮어 유닉스에 버금가는 성능과 안정성을 발휘하도록 하면서 데이터센터 서버 시장에서도 x86이 주류의 입지를 가져갔다. PC는 물론 데이터센터 시장까지 x86의 시대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제 x86은 수세에 몰려 있다. 전력효율성을 앞세운 ARM 아키텍처가 PC 시장을 침투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 부문에서도 확장성과 사용자정의가 가능한 유연성의 장점을 지닌 RISC-V가 검토되면서 x86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IT시장의 최대 화두가 된 인공지능(AI)의 부상은 x86을 근간으로 하는 기존 질서를 뒤흔드는 기제로도 주목된다. AI로 인한 시장 패러다임 변화가 x86이 굳건히 다진 시장의 기반을 파괴하고, 변화를 재촉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된다. 

PC 시장의 경우, AI PC 확산으로 ARM PC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최근 고급 AI 노트북과 AI 지원 노트북이 향후 5년간 각각 49%와 12%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을 발표하면서 ARM 아키텍처에서 구동되는 윈도우OS, 즉 ARM 온 윈도우(ARM on Window) 2029년 전체 시장의 1/3을 점유하면서 PC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AI 연산에 소요되는 막대한 전력을 고려하면 저전력이라는 ARM의 강점이 무선 통신의 빠른 발전과 함께 노트북을 중심으로 재편된 PC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지닌다.

이달 1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소재 베스트바이 매장에 마이크로소프트(MS) 코파일럿+PC 제품군이 진열돼 있다. MS는 이날 델, HP, 레노버 등 공급사가 제공하는 코파일럿+PC 제품의 판매를 정식 시작했다. [사진=AFP통신]
이달 1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소재 베스트바이 매장에 마이크로소프트(MS) 코파일럿+PC 제품군이 진열돼 있다. MS는 이날 델, HP, 레노버 등 공급사가 제공하는 코파일럿+PC 제품의 판매를 정식 시작했다. [사진=AFP통신]

ARM의 저전력 프로세싱은 전력소모 절감이 핵심 과제 중 하나인 스마트폰 시장을 ARM 아키텍처가 장악하게 한 원동력이다. 이에 더해 ARM은 CPU, GPU, NPU를 하나로 아우르는 ARM v9을 발표하면서 AI 시대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높인 상황이다.

데이터센터 부문에서는 RISC-V가 AI의 바람을 타고 고개를 들고 있다. RISC-V는 비용 없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도(소스)가 공개된 개방형 ISA(Instruction Set Architecture)로 맞춤형으로 사용자 정의해 사용 가능해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서버 시장에서 메인프레임을 대체한 유닉스를 x86 서버가 밀어냈듯 RISC-V 시스템이 x86 서버의 시장을 잠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AI가 컴퓨팅 비용을 비약적으로 높임에 따라 하이퍼스케일러는 그 어느 때보타 컴퓨팅 효율성에 매달리고 있는데, 사용사례에 필요한 대로 프로세서를 확장할 수 있다는 AI 시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체 실리콘(칩) 개발에 나서고 있는 하이퍼스케일러의 입맛에 꼭 들어맞는 재료다. 

x86 진영은 본진이라 할 수 있는 PC 시장에 파고드는 ARM의 공격과 신시장으로 개척한 데이터센터 시장의 경쟁자로 주목받는 RISC-V의 도전에도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인텔과 AMD가 주축이 돼 발족시킨 ‘x86 생태계 자문그룹’은 x86 진영의 위기감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평가된다. 프로세서 시장에서 오랜 라이벌이지만, x86을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진 양사가 x86 수성을 위해 힘을 모은 것이다. 

강력한 호환성을 토대로 구축된 방대한 생태계는 x86이 다양한 기술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시장을 제패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생태계 자문그룹을 발족을 통해 호환성을 강화하고 개발자의 편의성을 높여 경쟁우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복안이다.

AMD는 시장 경쟁자인 인텔과 x86 생태계 자문그룹을 발족했다. [사진=로이터]
AMD는 시장 경쟁자인 인텔과 x86 생태계 자문그룹을 발족했다. [사진=로이터]

개발 방향의 변화도 이뤄지고 있다. x86 아키텍처의 종주로, 반도체 시장 전체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인텔은 최근 클락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데스크톱용 프로세서 ‘인텔 코어 울트라 200S’와 노트북용 ‘인텔 코어 울트라 200V’는 인텔의 방향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무어의 법칙’을 지키기 위해 극단적인 CPU 클록 수 향상에 몰입했던 인텔이지만, 최근 개발하고 있는 프로세서에서는 저전력에 방점을 둬 클록 향상보다 ‘전성비’라고 불리는 전력대비 성능 향상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기존 제품보다 동일한 성능에서 더 낮은 전력 소모하고, 동일한 전력에서는 더욱 향상된 성능을 제공한다는 점을 최신 프로세서 발표에서 앞세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인텔 코어 울트라 200S 시리즈 중 최상위 모델인 코어 울트라9 285K는 최대 작동 클록이 5.7GHz로, 전작인 인텔 코어 i9-14900K 모델(최대 클록 6GHz)보다 낮은 경우까지 발생했다.  

이는 AI 시대에서의 요구와 관련 깊다. AI 연산을 위한 막대한 전력 소비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한 대응책 마련은 물론 발열문제 해결도 시급한 과제로 제시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이 최근 소형원자로에 관심을 기울이는 까닭도 AI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함으로, 전성비 향상은 AI 시대 경쟁력의 척도로 부상하고 있다. 

전성비 향상은 발열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는 효과가 있다. 전력 소모 절감은 곧 프로세서의 열 발생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AI로 인해 기존 공냉 방식의 한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액침냉각을 비롯한 다양한 방식의 냉각 솔루션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저전력을 통한 발열 감소는 프로세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임이 분명하다. 

PC 보급 확대, 인터넷의 도래, 스마트폰의 등장과 빠른 확산은 새로운 패러다임과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기술과 기업의 흥망성쇠가 이뤄졌다. 다가오는 AI 시대에서도 x86이 영광을 지켜내고 새로운 혁신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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