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스타트업 투자 건 30%대 감소
고용시장도 찬바람, 스타트업계 이직은 ‘글쎄’
코로나19 이후 시작된 글로벌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스타트업 열기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는 2022년 대비 투자유치 건수와 금액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하락세를 기록했다. 조사기관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투자 유치 건수는 절반 이하, 금액은 2/3 가량에 머물렀다.
전반적으로 월별·분기별 변동 폭이 크지 않고 꾸준하게 유지되는 흐름을 보였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전체 규모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리스크로 꼽힌다. 2024년을 한 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현재, 올해 투자·창업시장은 어땠을까?
지난해 스타트업 투자가 크게 줄었기에 올해 초만 해도 어느 정도 반등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혹한기는 생각보다 더 지속됐고 움트기 시작했던 업계의 기대도 금세 수그러들었다.
더브이씨(TheVC)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전년동기비 32% 감소했다. 투자 금액도 2조6461억원으로 19.5% 줄어들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흐름 자체도 상당히 복잡하다. 투자 건수는 2분기인 4월부터 6월까지는 90건에서 79건, 다시 72건으로 꾸준히 하락세를 탔는데, 투자액은 1월 5,391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2%나 급증했다가 2월 2,210억원으로 40% 급감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추이를 보였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에는 건수와 금액이 각각 24%와 11%, 2분기에는 39%와 25%씩 줄어들었다. 2분기 감소폭이 더 컸고 금액보다 건수가 더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스타트업 고용 시장에도 잘 나타난다. 스타트업의 입사자 수는 퇴사자 수를 매년 큰 폭으로 앞서왔지만 지난해 입사자 9만2808명, 퇴사자 9만2676명으로 거의 동률을 기록했다. 급기야 올해 상반기에는 입사자 4만5348명, 퇴사자 4만5452명으로 역전됐다.
전체 고용 규모 역시 18만482명으로 전년비 1.2% 감소했다. 조금 더 깊이 살펴보면 퇴사자의 증가보다는 입사자의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투자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채용을 줄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또 다른 특이점은 고용이 발생하는 스타트업 단계 또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움트기 시작한 2010년대 중후반에는 시리즈B~C에 해당하는 중기 라운드 기업들의 고용 비중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이제는 시드에서 시리즈A에 걸쳐 있는 초기 라운드 기업들이 상대적 다수를 차지한다.
올 상반기 시리즈A 단계 기업들은 4만1916명을 고용해 전체의 23.2%를 기록했다. 시리즈B는 20.1%, 시리즈C는 8%, 인수합병(M&A) 단계는 14.9%를 각각 나타내면서 여기에 미치지 못했다.
이같은 추세가 가속화하면서 초기 라운드 기업은 전체의 50%에 육박하는 반면 중기·후기 라운드 기업은 점차 고용이 감소하고 있다. 투자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덩치가 큰 스타트업들이 고용을 빠르게 줄인 결과다.
투자유치 흐름도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불확실성이 강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국내 스타트업 성장 분석 플랫폼 혁신의숲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및 금액은 일정한 추이를 보이지 않고 매달 크게 출렁였다.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1월부터 11월까지(115개→86개→87개→90개→79개→77개→125개→79개→105개→87개→101개)로 널뛰는 모습을 보였다.
동기간 투자액 역시 1월 7,123억원에서 2월 3,97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가 3월과 4월에는 4,000억원대를 기록한 뒤 5월에 갑자기 8,38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후에도 3,000억원대와 7,000억원대를 오갔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블록체인/딥테크/인공지능(AI)이 꾸준한 강세를 보였고 헬스케어/바이오, 제조/하드웨어 등이 대체로 선전했다. 모빌리티/교통, 환경/에너지, 게임, 패션 등에 투자가 몰리는 경우도 확인됐다.
분명한 점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스타트업을 둘러싼 환경이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내년 전망을 밝게 보는 이 역시 많지 않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가 발간한 보고서(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4)에 따르면 창업자의 82.4%, 투자자의 66.5%는 경제 위기와 악화된 경제 상황을 이유로 내년 전망이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거나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대기업에 다니면서 스타트업 창업을 고려하는 비율은 50.5%로 전년보다 2.3% 줄었고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81.2%에 달했다.
물론, 어떻게 해서든 동력을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당장 기업공개(IPO)가 줄줄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면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투자사들이 다른 스타트업에 다시 투자할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들은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지원금에 의존해 버텨야 하는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분야든 한 차례 단단하게 형성된 악순환의 고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끊기 어렵게끔 단단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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