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ISSU 리포트] ① 데이터 투명성의 부상과 기업 신뢰도 간 상관관계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디지털 혁명이 가속화되면서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기업 운영의 핵심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은 고객과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마케팅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적 접근 방식이다. 기업은 CRM을 통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마케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CRM의 매력은 크지만 이면에는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투명성이라는 이슈가 존재한다.

오늘날 고객들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디서 어떻게 수집되고 사용되는지에 대해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에서 높은 윤리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고객들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데이터 보호 규제도 강력해지고 있는 추세다. 유럽 일반데이터보호규정(GDPR)이나 캘리포니아 소비자개인정보보호법(CCPA)와 같은 법들은 기업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투명하고 안전하게 관리할 법적·윤리적 책임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타사 쿠키 제한과 데이터 투명성의 부상
최근 애플과 구글 같은 주요 플랫폼이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위해 타사 쿠키 수집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애플은 iOS 업데이트를 통해 앱트래킹투명성(App Tracking Transparency)을 도입했다. 이제는 사용자 동의 없이 데이터를 추적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구글 역시 2024년까지 크롬 브라우저에서 서드파티 쿠키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업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고객 데이터를 관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변화의 배경에는 데이터 투명성과 관련된 고객의 신뢰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서드파티 쿠키는 고객 행동 데이터를 추적하고 분석하는 데 유용하지만, 종종 고객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사용돼 불신을 자아낸다. 

예를 들어, 의류 브랜드 H&M은 직원 데이터를 부적절하게 수집하고 사용한 혐의로 유럽 규제 당국으로부터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다. 대형 광고 네트워크들이 고객 행동 데이터를 무단으로 활용하며 개인정보 보호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결국 타사 쿠키의 제한은 단순히 기술적 변화가 아니라 기업들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고 데이터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 흐름 속에서 CRM 시스템은 투명성과 윤리적 책임을 기반으로 진화해야 한다. 또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데이터 투명성 부족으로 인한 신뢰의 위기
타사 쿠키의 제한이 데이터 투명성과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라면, 이제 기업들은 데이터 수집과 활용 전반에서 더욱 철저한 투명성을 구현해야 한다. 데이터 사용의 불투명성은 고객 신뢰를 해치는 주요 원인으로, 이를 방치하면 서드파티 쿠키의 제한으로 얻은 신뢰도마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페이스북의 캠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 스캔들은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투명성이 부족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잘 보여준다. 

2018년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동의 없이 데이터를 제3자에게 판매하고 이 정보를 정치적 광고 타겟팅에 활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5천만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부적절하게 사용됐는데, 이후 페이스북은 막대한 벌금을 부과받고 전세계적으로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단순한 법적 책임을 넘어 데이터 투명성을 실현하지 못할 경우 기업 평판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메리어트호텔 그룹의 데이터 유출 사건도 대규모 데이터 관리 실패가 고객 신뢰를 얼마나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2020년 메리어트는 고객 5억명의 개인정보가 해킹되며 신뢰도와 평판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기업들이 데이터 수집과 활용의 모든 과정에서 투명성을 유지해야 함을 강조한다.

위의 사례와 같이 기업이 고객 데이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투명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규제 당국의 제재와 소비자 신뢰 하락이라는 이중의 부담을 떠안게 된다. 그래서 데이터 사용 목적과 범위에 대해 고객에게 명확히 알리고 동의를 구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데이터 보호에 대한 법적 규제는 강화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기업 스스로 윤리적 책임을 다해야만 고객과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 타사 쿠키의 제한이 데이터 투명성을 향한 시작이었다면 기업들은 이를 기반으로 더욱 정교한 신뢰 기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안전하지 않은 데이터 사용과 윤리적 문제
서드파티 데이터 수집과 활용은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 프라이버시 침해와 데이터 관리 부실 같은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안전하지 않은 데이터 사용은 고객 불신과 법적, 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고객과 기업 모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고객 입장에서는 프라이버시 침해와 신뢰 하락의 문제가 발생한다. 자신의 데이터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사용될 때 심각한 불신을 느끼는데, 특히 서드파티 데이터 수집은 고객의 동의 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어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초래한다. 

아마존이 스마트 기기를 통해 고객 대화를 무단으로 수집한 사실이 밝혀지며 기업 신뢰도가 하락한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음성비서 알렉사를 통해서 아동 수천명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보유하면서 아동온라인개인정보보호법(COPPA)을 위반한 혐의로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는 데이터 삭제 명령과 함께 수천만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서드파티 데이터를 사용하는 기업도 윤리적 문제와 관련된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다. 데이터 정확성의 문제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드파티 데이터는 종종 부정확하거나 오래된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마케팅 효과를 저하시킨다. 

가령 2018년 미국의 대표적인 리테일 기업인 타겟은 잘못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타겟 광고를 진행해 투자대비수익률(ROI)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했다. 비용 문제 또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높은 비용이 소요되는 동시에 법적 소송과 규제 위반 시 부과되는 과징금이 기업 재무 상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페이스북은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로 인해 50억달러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이는 기업 운영 전반에 타격을 줬다. 이러한 문제들은 데이터 활용의 윤리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기업이 고객의 신뢰뿐만 아니라 수익성과 지속가능성마저 잃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은 고객 데이터를 CRM 시스템에서 활용하면서 윤리적 문제의 중심에 서 있다. 고객의 동의 없이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수집 목적을 명확히 알리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윤리적 데이터 관리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페이스북, 구글 등 미국 검색엔진 기업들과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고객 데이터를 오용해 과징금 부과의 대상이 되며 신뢰를 잃은 사례가 잦다.

앞선 사례를 통해 볼 수 있듯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투명성과 신뢰를 강화하지 않으면 CRM은 오히려 고객 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김서윤·정유정 연세대 ISSU 학회원
김서윤·정유정 연세대 ISSU 학회원

CRM 시스템은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이면에는 데이터 투명성과 윤리적 관리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써드파티 쿠키 제한과 같은 기술적 변화는 데이터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그렇다면 고객 데이터를 안전하고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투명한 데이터 사용 방침을 마련해야 한다. 고객 데이터 활용의 목적과 방식을 명확히 공개하고 동의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써드파티 데이터 활용에 대한 고객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와 신뢰 하락을 해소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데이터 보안 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 데이터 유출 사고는 기업 평판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기업들은 강력한 보안 시스템 구축과 지속적인 점검을 통해 고객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 고객이 자신의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거나 활용 범위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신뢰를 높일 수 있다.

CRM 시스템의 윤리적 데이터 관리는 단순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경영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실천하는 기업만이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고객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CRM 시스템은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며, 이는 곧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의 핵심 무기다.

 

글:연세대학교 계량위험관리학과 김서윤/ 정유정


“연세대학교 IT경영학회 ‘ISSU(Information System SIG of Undergraduate)’ 학회원 19명이 IT비즈뉴스(ITBizNews)와 2024년 2학기 동안 IT기술이 제시하는 미래사회 키워드, 윤리적 이슈 등을 주제로 스터디를 진행했다. MZ세대 시선에서 보는 전망과 고민을 담고자 편집을 최소화한 글을 약 3주 간에 걸쳐 전달한다.” [편집자주]

관련기사

저작권자 © ITBiz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