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5 현장 [사진=AP통신]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5 현장 [사진=AP통신]

지난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다양한 기술과 솔루션이 공개됐다. 기술 발전의 속도는 늘 빨랐고 더 가팔라졌다. 그 안에서 대한민국은 빛났고 이면에 짙은 그림자도 엿보였다. 

지난해 CES가 AI의 무한한 가능성이 담긴 미래를 제시했다면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엄청난 고도화 단계에 진입한 현재를 보여줬다. 이는 이번 CES 2025의 주제를 통해 여실히 나타난다. ‘기술로 연결(Connect)하고 문제를 해결(Solve)하며 가능성을 발견(Discover)해 깊이 몰입(DIVE IN)하자’. 

이 혁신적인 메시지들은 인공지능(AI)이 만들고 있는 변화의 단계를 나타냈다. 참석자들을 중심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으로 유명한 ‘MAGA’가 언급되기도 했다. 같은 약어지만 뜻은 다르다. 바로 ‘Make All Great with AI’다. 

이를 통해 AI가 우리의 일상에 빠르게 그리고 깊숙하게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됐다. 이번 CES의 ‘슈퍼스타’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기조연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자율주행차 같은 기기에 탑재되는 AI(피지컬AI)를 언급한 대목은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AMD, 하이센스, 엔비디아, 퀄컴, 지멘스, TCL 등 기라성 같은 기업들은 AI 기반 솔루션을 선보였다. 다양한 분야에서 AI기술의 적용 범위가 폭넓게 확대되는 기조가 뚜렷했다. 당장 우리의 일상에 혁신적 변화를 예고한 AI 생활가전의 대대적인 출현이 눈에 띄었다.

양자 기술 역시 이번 CES에서 주목을 받은 가장 미래지향적인 분야다. 양자 네트워킹, 컴퓨팅, 센싱 분야의 최첨단 기술을 공개한 기업들이 줄을 이었다. 금융 거래부터 신약 개발, 물류 최적화 등의 분야에서 AI와 결합한 양자컴퓨팅의 실용적 활용 사례가 대거 소개되며 차세대 컴퓨팅 시대가 열렸음을 보여줬다. 

에너지 전환과 지속가능성 역시 이번 CES에서 빠지지 않았다. 고성능 배터리 기술과 에너지 저장 시스템, 그린수소 활용 기술, 소형 모듈형 원자로 등 실험적인 차세대 에너지 솔루션이 등장했다.

한국 대기업과 스타트업은 화려한 전시는 물론이고 CES 혁신상의 절반 가까이를 휩쓰는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292개 수상 기업 중 한국 기업은 129개에 달했다. CES 전체 참가기업 중 한국 기업은 1031개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물론 수치로 드러난 성과와 별개로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 또한 없지 않다. 일단 미국이 주도권을 강하게 쥐고 있는 기술 트렌드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무쌍하다. 더구나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그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현장에 마련된 소니 부스 [사진=AFP통신]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현장에 마련된 소니 부스 [사진=AFP통신]

한국은 현재 AI 경쟁력이 세계 6위권 정도로 평가받는데, 목표로 하는 3강 진입을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투자와 노력이 요구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가전 대기업인 삼성과 LG는 그간 스마트홈 분야를 주도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 아성에도 균열이 가는 모양새다. 중국 TCL이 북미 TV 시장에서 2위로 올라선 것과 하이센스가 2,488만개의 마이크로LED를 탑재한 세계 첫 양산형 TV 제품을 선보인 것이 상징적이다. 

중국의 이 두 기업은 우수한 TV 기술로 최고혁신상을 수상하면서 TV 부문에서 삼성과 LG보다 더 크 주목을 받았다.

미래 AI 로봇 시장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젠슨 황 CEO의 기조연설에 14개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했는데 엔비디아 기술로 로봇을 만드는 회사들의 제품이었다. 이는 중국 6곳, 미국 4곳, 나머지는 독일·노르웨이·캐나다·이스라엘이 각각 한 곳씩 차지했지만 한국 로봇 기업 업체는 없었다.

최근 수년 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일본 기업들의 약진도 한국을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그간에는 시대 흐름에 뒤처지고 혁신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으나 이번 행사에서는 AI나 로보틱스, 자율주행 같은 첨단 기술 측면에서 빠르게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규제 이슈가 재차 떠오른 디지털 헬스 분야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원격의료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면서 디지털 헬스와 관련한 국내 규제가 기업에는 갈수록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내부적인 요소 또한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 속에 연구개발(R&D) 비용이 삭감되고 투자가 감소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큰 위기일 수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계엄과 탄핵이라는 정치적 이슈까지 경제의 발목을 붙드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이래 계속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세계 주요국들은 국가 미래에 대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선도는 고사하고 뒤처지지 않으려면 국가 차원의 R&D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민간 투자와 정교하게 맞물려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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