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하도급법 위반 혐의에 30억원 규모 상생안 마련
공정거래위원회가 효성과 효성중공업의 하도급법 위반 혐의에 대해 30억원 규모의 자진시정안을 수용해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2022년 7월 하도급법에 동의의결 제도가 도입된 이후 기술자료 제공 요구 금지 조항과 관련해 최초로 적용된 사례다.
동의의결 제도는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이를 인정할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효성과 효성중공업은 전력 발전 및 동력기기 제조 분야에서 수급사업자들에게 중전기기 제품의 부품 제조를 위탁하면서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요구한 혐의를 받아왔다.
공정위는 이들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요구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하도급법 제12조의3을 위반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했다.
하도급법 제12조의3에 따르면 원사업자는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본인 또는 제3자에게 제공하도록 요구할 수 없다. 공정위는 효성이 수급사업자들로부터 기술자료를 수취하는 과정에서 이 조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효성은 지난해 11월 공정위로부터 심사보고서를 받았으며, 이는 검찰의 공소장에 해당하는 문서로 공정위가 위반 혐의를 인정했음을 의미한다. 이를 검토한 효성은 올해 3월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효성이 제시한 시정방안에는 총 30억원 규모의 업계 지원책이 담겼다. 세부적으로는 기술자료 요구 및 비밀유지계약관리 시스템 구축과 운용, 업무 가이드라인 신설 및 정기교육 등 하도급거래 질서 개선방안이 포함됐다.
이러한 시스템 구축은 향후 기술자료 요구 시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고,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보호하기 위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의미한다. 정기교육을 통해 임직원들이 하도급법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이해하고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개선 방안으로 제시됐다.
품질향상 및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설비 지원도 시정방안에 포함됐다. 수급사업자들의 제조 역량을 강화하고 작업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전체적인 협력 관계를 향상시키려는 목적에서다.
또 핵심부품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위한 연구개발(R&D), 산학협력 및 국내외 인증획득 추가 지원 등도 포함됐다. 이러한 지원은 수급사업자들의 기술경쟁력을 제고하고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결정하면서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우선 효성이 하도급거래질서를 교란하려는 의도가 없었고, 실제 수급사업자들의 금전적 피해도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사건의 성격과 하도급거래질서 확립 및 수급사업자 보호 효과, 시정방안의 이행 비용과 예상되는 제재 수준 간의 균형도 판단 요소로 작용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동의의결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공정위는 전세계적인 전력망 확충과 신재생에너지 확산 등으로 중전기기 사업분야가 계속 성장함에 따라 더 많은 사업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산업 특성을 감안할 때 단순 제재보다는 동의의결을 통해 거래구조를 개선하고 수급사업자의 기술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하도급거래질서 확립과 수급사업자의 경쟁력 강화 등 공익에 더욱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해당 사업분야 선두주자인 효성이 기술자료 요구·사용 관행을 개선할 경우 기타 제조업 분야로도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 보호 문화가 더욱 원활하게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이같은 결정에 따라 공정위는 효성과 시정방안을 구체화해 잠정 동의의결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 및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하고, 전원회의를 통해 인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동의의결 절차에서는 30일에서 60일간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 절차가 진행되며, 이 기간 중 검찰총장과의 서면 협의 및 관계 행정기관에 대한 통보도 실시된다. 최종 동의의결안은 의견수렴 절차가 종료된 후 14일 이내에 공정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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