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휘어지고 늘어나는 소프트센서 테크 스타트업 필더세임
- 배준범 대표, “신축성 소재에 액체금속 프린팅으로 대량 양산 강점”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면 주인공인 존 앤더튼(톰 크루즈)이 대형 모니터 앞에서 센서가 부착된 글러브를 착용하고 컴퓨터를 컨트롤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화가 상영된 2002년 당시에는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로 보였죠. 헌데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요즘에는 그리 멀지 않은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거, 왜, 있잖아요? 영화에서는 유선형 디자인의 빨간색 렉서스 무인자동차가 나오는데, 그걸 보면서도 설마 나오겠어? 했던 농담들이 현실로 이뤄지는 시기니까요.”
[IT비즈뉴스 최태우 기자]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의 개입을 최소한 줄이며 자율주행하는 초기 형태의 자동차가 출시된 상태며,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착용한 채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미디어·게임 콘텐츠를 즐겨볼 수 있는 시대다.
인간의 상상력으로 잉태된 미래상이 현실로 다가왔다. 고수준의 사용자경험(UX)을 제공하는 기술, 새로운 콘텐츠와 미디어 서비스가 속속 발표되고 있으며, 이들은 소비자시장(B2C), 기업시장(B2B) 내 다양한 산업군에 적용되면서 경제사회를 견인하는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사용자와 가상환경을 자연스레 연결하면서 높은 상호작용(Interaction)을 통해 실제와 같은 몰입감을 제공하는 혼합현실(Mixed Reality, MR) 시장도 주목을 받고 있다.
마켓앤드마켓츠의 자료에 따르면, MR시장의 규모는 올해 4억5300만달러(약 5150억원)에 이른다. 이는 2016년 기준 4800만달러(약 55억원) 규모에서 약 1백배 늘어난 수치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의 가능성을 더한 MR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초고속 통신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모바일 혁명이 일었고, 이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에서 미세 단위를 수집하는 노드(node)로 확장됐다. 데이터는 모여 커졌으며(Bigdata), 인공지능(AI)이 이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제시하고 생활을 쾌적하게 만드는 다양한 솔루션(시스템) 안에 적용됐다. 이들 기술 구현의 핵심은 센싱이다.
◆입는(착용하는) 센서 원천기술 보유한 필더세임, 美·日 시장서 주목
반도체(Chip) 형태 혹은 PCB에 인쇄된 기판을 줄인, 다양한 용도에 활용할 수 있는 각각의 센서가 출시되고 있다. 자유롭게 구부를 수 있는 플렉서블/소프트센서(유연센서)도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다.
인체에 착용할 수 있게 구현할 수 있어 헬스케어/웨어러블 디바이스에 활용될 수 있으며, 가상현실 게임이나 치매환자를 위한 교정용 솔루션에 적용될 수도 있다.
B2C를 넘어 거대 산업군인 B2B 영역에서는 비행기를 제조·생산하기 전에 설계 단에서 이를 검증할 수 있도록 디지털트윈(DW) 환경에서 사람과 컴퓨터가 상호작용하는 데 핵심 제어기술로도 활용될 수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창업기업인 필더세임(Feel the Same)도 소프트센서 기술을 보유한 테크 스타트업이다. UNIST 기계공학과 배준범 교수가 창업했으며 실리콘 재질로 구현된 하이플렉스(HiFlex) 소프트센서, 손에 착용하는 장갑형 센서 컨트롤러인 몰리센(Mollisen) 제품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필더세임이 보유한 소프트센서(하이플렉스)의 강점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할 수 있는 점이다. 접을 수 있고 신축성이 좋은 실리콘 기반으로 구현돼 얇고 가벼우며 접히거나 구부러져도 센서의 전도성이 달라지지 않아 안정적이다.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ICT 유망기업인 K-글로벌 300에 선정됐고 기보에서 투자도 유치했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월 일본 도쿄국제전시장에서 열린 웨어러블엑스포에서 하이플렉스, 몰리센 컨트롤러를 시연하면서 다수 바이어에게 주목받았다.
- 아래는 UNIST 배준범 교수(필더세임 대표)와의 일문일답 -
Q. 학교에서 연구를 해오다 창업했다. 계기가 있나
A. 착용형 로봇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시스템의 설계와 제어, 센서에 대해 연구해왔고, UNIST에서도 유사 분야의 연구를 진행해오며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싶었다.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로봇이 재활 분야에만 적용된다면 보행 보조로봇이라는 한계가 있겠지만 이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착용형 시스템은 단순한 재활을 넘어 인간의 인지·물리적 한계를 넓혀줄 수 있는 연구라고 생각한다. 착용형 시스템을 보행 보조 시스템, 원격조종을 위한 착용형 인터페이스, 가상현실을 위한 글러브형 시스템으로 연구를 확장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소프트 웨어러블 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부드럽고 유연한 구조와 재료를 사용해 로봇을 개발하는 소프트 로봇은 기존과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로봇이 딱딱하면 로봇 입장에서는 정확한 위치 제어나 큰 힘을 전달할 수 있지만 사람이 착용하기에 어렵다. 반대의 경우 사람이 착용하기는 쉽지만 정확한 움직임이나 큰 힘을 전달하기에 어렵다.
실험실에서도 소프트 로봇과 웨어러블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성과 중 하나로 소프트센서를 개발하게 됐다.
Q. 현재 개발-상용화된 센서와의 차별성은 뭔가
A. 소프트센서에 대한 연구는 재료공학, 화학공학 부문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다양한 방법들이 개발된 상태다. 우리는 전도성 액체금속을 이용한 제작법을 연구해왔다. 프린팅으로 센서를 제작할 수 있어 다양한 모양이나 크기의 센서를 구현할 수 있어 확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소프트센서에서 휘는 성질, 늘리는 성질은 매우 다른 기술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센서는 어떤 물리량을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장치다. 휘어짐이 가능한 센서는 휘면서도 전기신호 측정이 가능하도록 전기적·기계적 성질이 변하지 않아야 한다. 늘리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핵심은 기술 구현의 난이도다. 센서를 늘리면서 전기신호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제작법이 필요하다. 사람이 착용하는 형태의 센서를 구현한다고 하면, 인체 곡면에 맞춰 다양한 방향으로 늘어나는 성질을 유지하면서도 전기신호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센서기술이 핵심인 셈이다.
필더세임의 소프트센서는 전도성 액체금속을 신축성을 보유한 고분자소재 안에 프린팅하는 구조로 제작된다. 고분자소재는 충분한 신축성을 띄고 있어 쉽게 늘어날 수 있으며, 센서가 늘어나거나 눌릴 때에도 전도성 액체금속 층의 단면변화가 생기면서 전기저항이 바뀌는 구조다.
특히 프린팅 기반의 제작방식으로 센서 성능의 신뢰성이 높고 어떠한 형태나 크기로도 제작할 수 있다. 물론, 대량 양산에도 유리하다.
Q. 착용현 센서 외에도 적용 가능한 산업군이 많을 듯 하다
A. 증강현실/가상현실(AR/VR) 트레이닝과 엔터테인먼트,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영역 내 애플리케이션에 활용할 수 있다.
VR 영역이 꼭 HMD를 통해서만 구현되지 않는다. 대형 스크린을 제어하는 컨트롤러 기술로도 활용할 수 있다. 프로토타입 제작이나 시뮬레이션을 구현할 때 착용형 컨트롤러로 인간-기계(컴퓨터) 간 상호작용을 높일 수 있는 핵심기술로도 활용할 수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경우, 알다시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최근 홈트레이닝 시장도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게임과 접목된 가상 트레이닝 시장도 활성화됐다.
Q. 2월 도쿄에서 만났을 때 국내 대기업, 해외 기업들과 협업 중이라고 들었는데
A. 국내외 VR, 헬스케어, 재활 솔루션 등 다수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기밀유지조항(NDA)으로 언급할 수 있는 게 한정적이다. VR 트레이닝 분야에서 산업용, 군사용 트레이닝 시스템에 적용돼 있으며 VR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버추얼 유투버인 ‘초이’가 필더세임의 몰리센 글러브를 사용하고 있다.

Q. 코로나 사태로 상반기 모든 기업이 힘들었다. 하반기 목표가 있나
A. 2017년 7월에 창업한 후 3년이 흘렀다. 초기 1년은 “학교에서 개발한 기술이 시장에서 사용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기간이었고, 대답은 “가능하다” 였다.
다음 1년은 시장의 요구에 맞도록 기술을 성숙시키는 단계였다. 지금의 1년은 시장에서 반응을 확인하고 매출을 향상시키는 단계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많은 기업 간 미팅이 연기되고 사업 결정도 늦어지고 있다. 계획했던 매출과 계약이 늦어지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있으나, 비대면(언택트) 서비스 시장 활성화에 따라 필더세임의 시장 진입도 잘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다음 1년은 매출 확대를 이끌어내고 분야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생산시설 확장과 인재 채용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추가투자도 논의 중에 있다. 기대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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