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IT공룡인 네이버가 중동을 ‘기회의 땅’으로 삼은 모양새다. 네이버는 국내에서 입지가 흔들리거나 위태로운 상황까진 아니지만 성장세가 둔화되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중동을 교두보로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네이버클라우드는 사우디 주택공사(NHC)와 전략적 합작법인 ‘네이버 이노베이션’ 설립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네이버클라우드와 NHC의 디지털 부문 자회사 NHC이노베이션이 공동 출자하는 형태로 핵심 사업은 사우디 국민과 여행객들의 주거·이동 등을 위한 지도 기반 수퍼앱 구축 및 운영이다.
이는 올초 네이버가 설립한 중동 지역 총괄거점인 ‘네이버 아라비아’ 산하의 첫 사업법인이다. 앞서 네이버는 디지털트윈, 소버린AI 개발 등 개별 사업별로 현지법인과 합작법인을 세우고 이를 네이버 아라비아가 총괄한다는 사업계획을 구축했다.
네이버는 이달 초 디지털트윈 플랫폼 제작·구축 프로젝트를 메카·메디나·제다 3개 도시를 대상으로 먼저 마무리했다.
디지털트윈은 현실의 도시를 3D 디지털 데이터로 옮기는 것으로, 도시 기능 전반을 ICT와 연결하는 스마트시티 구축 사업의 전초전이다. 플랫폼에서는 홍수 예측, 교통 흐름 분석, 인구 분포 분석 등을 예측해 현실 도시에 적용할 수 있는 기능들이 제공된다.
이 프로젝트는 리야드와 담맘까지 추가해 5개 도시로 늘어날 예정이다. 네이버는 국내 지도앱에 3D 거리뷰 기능과 개인화 추천 기술 등 여러 서비스들을 탑재하고 실험해 온 네이버는 그간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우디 현지에 최적화 한 앱을 개발할 계획이다.
네이버 이노베이션의 스마트시티 인프라와 클라우드 서비스 구축, DX 등의 프로젝트 사업 규모는 7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을 겨냥한 네이버의 이같은 광폭 행보는 상당히 다각적인 포석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핵심 분야인 커머스와 콘텐츠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해 기술 경쟁력까지 갖췄으나 앞으로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 가장 먼저 지적된다.
주력 사업인 커머스는 쿠팡을 따라잡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의 직구 플랫폼 기업들까지 경쟁에 가세했다. 콘텐츠 역시 네이버웹툰의 나스닥 상장이 쪼개기 상장으로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주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가 선택한 것은 그간의 주력 사업이 아닌 신사업이었다. 세계에서 3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하이클로바X를 무기로 삼아 생성AI가 부재한 중동 공략에 나선 것이다.
글로벌 AI 경쟁이 가속화하는 상황 속에 미국과 중국은 빅테크가 선점했고 유럽은 개인정보 관련 규제가 강력한 까닭에 중동은 최적의 지역으로 꼽힌다.
최근 사우디와 UAE·카타르·쿠웨이트 등 중동 기업들은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AI에 막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AI를 포함한 첨단 산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현재 산업의 중심이 되는 석유 관련 산업을 AI 등 첨단 기술로 옮기기 위한 목적에서다. 이들 중동 국가들의 지난해 AI 기업 투자 금액은 전년보다 5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사우디의 경우 지역본부 유지정책(RHQ) 프로그램을 통해 10년간 현지인 의무고용 제도 면제 등 규제 완화와 비자 발급 소요시간 단축, 킹 압둘라 금융지구(KAFD) 등 경제특구 입주자격 부여, 30년간 법인세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이와 동시에 사우디에 중동 지역본부를 설립하지 않은 글로벌 기업은 올해부터 정부 발주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네이버의 이번 중동 공략이 성공할 경우 그간 건설·토목 등이 중심이었던 중동 사업에서 국내 플랫폼 기업이 존재감을 드러낸 대표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AI와 로보틱스, 디지털트윈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중동 시장을 개척했다는 데 적잖은 의미가 있다. 오랜 기간 글로벌 사업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네이버가 이번에 그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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