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영업자의 재창업 지원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모양새다. 그간 지원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신규 창업 지원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소상공인이 직면한 심각한 폐업 위기에 기조가 변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폐업에 이른 창업자를 ‘실패자’가 아닌 ‘재도전자’로 바라보고 실질적인 지원에 나섰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폐업 소상공인 수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소매업과 음식점업의 폐업 비중은 전체 45%를 차지했고 창업 후 3년을 넘기지 못하고 폐업하는 소상공인이 10명 중 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후 폐업까지 평균 영업 기간은 6.5년에 불과하다. 

IMF 외환위기 이래 최악이라는 장기화된 경기 불황으로 매출이 갈수록 감소하면서 문을 닫는 창업자들이 계속해서 증가해왔다. 사업을 정리하면서 평균적으로 억대의 부채를 안게 되는 경우가 많아 재창업은 꿈도 꾸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차원의 문제로 확대됐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로 중소벤처기업이 폐업 후 회복을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을 꼽았다.

한 장관은 2번을 폐업하고 3번째로 재창업한 사람이 한국에서는 ‘2번이나 실패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반면 미국에서는 ‘3번이나 도전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사실을 지적했다. 

중기부가 내놓은 ‘준비된 재창업 지원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재창업자를 대상으로 폭넓은 심리회복 지원과 재기사업화 선별지원 강화 등 사업고도화, 재기사업화 선별 소상공인에 두터운 지원, 재창업 후 도약을 위한 정책자금 지원 강화를 추진한다.

정부가 3년 이상 정책자금을 성실히 상환한 재창업 소상공인에게 최대 2억원의 추가 재도전특별자금을 지원하고 최대 2천만원까지 지원하는 재기사업화 자금의 초기 자부담 비율을 기존 100%에서 50%로 크게 낮췄다.

또 폐업 과정에서 심리적 상실감 등을 느낀 소상공인이 재창업 전 우울감을 개선하고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심리회복 프로그램을 도입해 폐업과 재창업 과정에서 심리회복 지원을 확대한다.

희망리턴패키지 재기사업화를 통해 소상공인의 재창업 지원을 위해 전문가 진단, 맞춤형 개선 전략 및 전담PM 멘토링과 사업화자금 등도 지원한다. 기존 재기사업화 신청자의 기존 사업계획과 대표자 역량 등 평가항목에 주변 과밀 정도 등 경쟁 환경을 추가해 재기사업화 지원대상 소상공인 선별을 강화한다.

재기사업화 선별 소상공인을 두텁게 지원해 재창업 초기 부담을 완화하는 것도 특징이다. 재기사업화 사업화자금의 자부담 비율을 낮추는 데 이어 사업 종료 후 차년도에 지원이 가능했던 재도전특별자금을 재기사업화 과정에서 지원 가능하도록 개선해 재창업 초기 안정적 출발을 뒷받침한다.

올해 시범으로 운영한 새출발기금 채무조정자 대상 재기사업화를 내년부터 정규화해 채무조정자에 대한 재창업 지원도 강화한다.

일각에서 우려가 나오는 도덕적 해이와 관리 감독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된다. 기존 컨설팅을 받은 소상공인의 매출 현황과 증감 등 경영성과를 반영해 재창업 지원 전담PM의 성과관리를 강화하고 상위권 PM에게는 활동연장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반면 하위권 PM은 참여를 제한해 우수한 전문가들이 유입되도록 관리한다.

액셀러레이터가 벤처투자를 할 때 스타트업 창업자에 대한 연대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금지조항이 신설되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기존 벤처캐피털(VC)가 벤처펀드를 통해 투자계약을 할 때 연대책임을 부과하지 못하게 한 데 더해 AC에도 관련 규정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행 벤처투자 연대책임 금지제도에 업계를 중심으로 일부 규정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온 것에 따른 것이다.

각종 지원책이 쏟아지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문제를 인식하고 방향성을 재정립했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인 대목이다. 재창업은 단순한 폐업·창업의 반복이 아니라 축적된 경험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확장하는 과정이며, 과도한 규제들이 창업자의 재도전을 가로막지 않도록 계속해서 제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