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ATT 정책 도입 후 메타(페이스북) 광고매출 타격
서드파티 쿠키 제한은 “빅테크 영향력 확대” 우려도
1~2년 간 디지털 광고산업 격변 불가피…업계 출구전략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디지털 광고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이 고객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면서 디지털 광고 기업들의 맞춤형 광고 활동이 어려움을 겪게 돼 새로운 활로 찾기에 분주해질 전망이다.

구글은 16일(미국시간) ‘프라이버시 샌드박스’의 안드로이드용 베타버전을 올해 말 선보일 예정이이라고 밝혔다. 핵심은 제3자와의 사용자 데이터 공유 제한과 어드버타이징ID(광고ID)를 단계적 폐지와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광고 시스템 개발이다. 

광고ID란, 휴대폰 단말기에 부여하는 고유값으로 이를 활용해 디지털 광고 기업들은 맞춤/표적 광고를 진행해 왔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서 광고ID 제공이 중단되면 디지털 광고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맞춤/표적 광고가 불가능해 지고, 디지털 광고의 매력도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번 발표가 당장의 광고ID 폐지는 아니다. 구글은 최소 2년에 걸쳐 익명화된 집단이 대상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source=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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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고객 개인정보강화가 구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4월 애플도 고객 개인정보보호 강화를 이유로 ‘앱추적투명성(ATT)’이라는 정책을 도입하고, iOS 14.5 업데이트에서 배포한 바 있다.

ATT는 앱에서 광고 제공을 목적으로 이용자 활동을 추적하고자 할 때 반드시 권한을 요청하는 팝업을 띄워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업계에서 아이폰 사용자의 95% 이상이 추적을 비허용으로 설정했으며, 현재 약 80% 이상의 미국 아이폰 사용자가 추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디지털 광고 iOS 사용자 대상으로 맞춤/표적 광고가 어려워졌음을 뜻한다.

실제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의 플랫폼에서의 광고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메타는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이 둔화됐다. 

4분기에도 월가의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해 실적발표 이후 2012년 상장 이후 최대의 주가하락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하반기 메타의 실적 부진에는 애플 iOS의 ATT 정책이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된다. 

메타(페이스북)는 애플이 고객 개인정보보호 강화를 이유로 지난해 앱추적투명성(ATT) 정책을 도입하면서 광고 매출이 급락하기도 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소재 메타(페이스북) 오피스 [사진=AFP통신]
메타(페이스북)는 애플이 고객 개인정보보호 강화를 이유로 지난해 앱추적투명성(ATT) 정책을 도입하면서 광고 매출이 급락하기도 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소재 메타(페이스북) 오피스 [사진=AFP통신]

구글의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발표에 디지털 광고업계가 긴장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기존 디지털 광고 시장을 이루던 제반 요소의 변화가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예견된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이번 발표가 아니더라도 구글이 2023년 말부터 크롬에서 서드파티 쿠키 지원 중단 계획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3자 쿠키라고도 불리는 서드파티 쿠키는 디지털 광고 기업들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기 위해 활용해 왔지만, 서드파티 쿠키를 통한 정보수집이 개인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아 웹브라우저 기업들은 서드파티 쿠키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애플 사파리, 모질라 파이어폭스 등의 기업은 이미 서드파티 쿠키 제한을 기본값으로 채택하고 있다.

당초 구글도 올해부터 크롬 브라우저에서 서드파티 쿠키를 제한하려 했지만, 디지털 광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제한 시점을 2023년 말로 약 2년 더 유예한 바 있다.

서드파티 쿠키 제한 역시 디지털 광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디지털 광고 업계에 예고됐된 변화를 다시금 확인시키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변화는 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서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기도 하다. 구글이 크롬의 서드파티 쿠키 제한을 2년 더 유예했을 때 관련 단체들은 구글을 비판했으며, 미국 민주당은 표적 광고와 이를를 목적으로 하는 추적 행위 일체를 금지하는 ‘감시광고금지법(The Banning Surveillance Advertising Act)’을 발의하기도 했다.

워싱턴 애플스토어 [사진=로이터]
워싱턴 애플스토어 [사진=로이터]

이와 같은 시장의 여러 반응, 이에 따른 정책의 변화는 디지털 광고업계 또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강력한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면서 동시에 광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당장은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으나, 동시에 더 나은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드파티 쿠키 제한 이후를 대비해 제시된 UID과 같은 대체 기술의 확대의 장으로 만들 수 있다.

물론 개인정보보호 강화를 빌미로 오히려 구글, 애플 등 빅테크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은 플랫폼 우위를 통해 이미 폐쇄적인 광고 생태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OS나 브라우저 등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한 빅테크 기업은 사용자로부터 직접적으로 다양한 1차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해 정밀 맞춤 광고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서드파티나 광고ID 등의 변화에 상관없는 독점적이고 견고한 울타리로 작용한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견고한 장벽을 월드가든(울타리 정원)이라고 비판하는데, 개인정보보호를 내세운 정책 변화가 이들의 독점적 울타리를 더 높일 수 있다고 지적되기도 한다.

실제로 서드파티 쿠키 없이도 누가 어떤 기기로 접속해 어떤 사이트와 콘텐츠를 즐기는지를 직접 파악할 수 있는 빅테크 기업들이 디지털 광고 분야에서 미치는 영향력을 계속 확대되고 있다.

구글의 경우, 2020년 40%였던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44%까지 높여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의 막강한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캠퍼스 [사진=AFP통신]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캠퍼스 [사진=AFP통신]

이같은 우려에 구글은 광고ID를 대체하는 새로운 광고 시스템의 개발과 테스트는 향후 2년간 앱 게시자, 개발자, 광고 기술 회사, 광고주 등 업계 구성원을 포함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대안 기술 개발을 구글 단독인 아닌 업계 모두와 함께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사실은 향후 1~2년간 디지털 광고산업의 격변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사파리, 파이어폭스에 이어 크롬에서도 맞춤 광고의 기반으로 활용되던 서드파티 쿠키가 내년 말부터 단계적으로 퇴출될 예정이다. 

이번 구글의 발표로 인해 안드로이드 생태계 전반에서도 맞춤/표적 광고에 대한 새로운 방안 도출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디지털 광고업계의 출구전략, 관련 생태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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