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ISSU 리포트] ⑨ ‘대체재’ 아닌 ‘다루는’ 인식의 전환 필요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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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발전에 대한 인간의 경계심, 그 역사는 언제부터일까? 19세기 초 영국의 일부 방직공들과 직물 관련 노동자들은 자동화된 직물 기계 사용에 반대하며 기계 파괴 운동을 벌였다. 숙련된 기술을 보유하였던 그들은, 기계와 이를 조작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를 대체할까 봐 두려움에 떨었다. 

그들은 18세기 후반, 실수로 직물 기계를 망가뜨렸다고 전해지는 ‘네드 러드’라는 사람의 이름을 빌려 자신들을 ‘러다이트’라고 불렀다. 이는 오늘날 ‘러다이트 운동’으로 불리며, 새로운 기술에 대해 두려워하고, 저항하는 사람들을 나타내는 용어로 활용되고 있다.

21세기 현재에도 기술에 대한 인류의 저항은 반복되고 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은 2020년까지 4차 산업혁명으로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10만 개가 새로 창출되리라 전망하였다. 2021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2030 세대의 약 80%는 기술혁신으로 일자리가 줄거나 없어질 것으로 예측한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2020년 가트너는 미래를 이끌어갈 주요 전략 기술 트렌드 중 하나로 ‘초자동화’를 제시했다. 이후 초자동화에 대한 관심과 그 활용 또한 지속 증대되었으나 초자동화에 대한 우려 또한 논쟁이 되고 있다. 

기술의 인간 대체 프레임은 1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일반적 사람들도 과거와 유사한 염려를 보인다. 과연, 이러한 사람들의 염려는 실재하는 것일까? 

◆초자동화란 무엇인가?
초자동화는 첨단 기술, 인공지능(AI/ML) 등의 기술과 도구, 플랫폼을 결합하여 조직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신속하게 찾아내고 검증함을 통해 자동화를 추진하는 체계적인 접근법을 말한다.

가트너가 미래 비즈니스 생존의 필수적 조건이라 주장하는 초자동화의 핵심 구성 요소에는 로보틱프로세스자동화(RPA), 인공지능(AI), 비즈니스프로세스매니지먼트소프트웨어(BPMS)가 있다.

RPA는 ‘Robotic Process Automation’의 약자로 로봇을 활용하여 비즈니스 과정에 존재하는 반복적인 규칙 기반의 정형화된 작업을 컴퓨터 시스템 기반으로 자동화하는 기술이다.

즉, RPA는 사람이 컴퓨터를 이용해 처리하는 모든 행위를 그대로 흉내 내는 소프트웨어 로봇이라고 볼 수 있다. RPA는 스스로 움직인다고 해서 로봇이라고 표현하지만, 흔히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로봇은 아닌, 컴퓨터에 설치해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SW)다. 

[source=gart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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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인간이 입력한 대로만 아웃풋을 내는 것이 아닌, 디지털 시스템 내에서 상호작용하는 인간의 행동을 모방하고 통합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실행한다.

따라서 RPA 로봇은 인간처럼 데이터를 캡처하고 애플리케이션을 조작하기도 한다. 덕분에 반복적이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백오피스, data-heavy 한 업무에서 RPA는 월등한 효과를 발휘한다.

가령 화장품 브랜드 A사는 바이럴 마케팅을 위해 포털에서 제품과 연관 있는 키워드를 검색할 때 자사 브랜드가 같이 나오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모든 키워드를 포털에서 검색하고 제품을 확인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이 부분에서 RPA 로봇이 등장한다. 

자사 제품 관련 키워드 목록을 엑셀 파일로 정리하면, 이를 RPA 로봇이 읽고 데이터를 수집한 뒤 서버에 업로드한다. 사람은 이 시간을 활용해, 자신의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AI(Artificial Intelligence)는 로봇이 인간과 같은 지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RPA 플랫폼이 주로 규칙 기반의 정형화된 업무를 담당한다면 AI기술은 적응(adaptive) 및 예측(predictive) 업무를 담당한다. RPA와 AI 기술이 융합된다면 프로세스 분석, 설계, 구축 등 자동화의 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정형화된 데이터 처리에서부터 오디오, 비디오, 이미지 등 비정형화된 데이터 처리 및 이를 활용한 추론 및 의사 결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BPMS는 ‘Business Process Management Software’의 약자로 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이는 비즈니스 성과와 운영 민첩성을 개선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개별 작업이 아닌 프로세스 전체를 관리한다. 

사람들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반복적인 수동 프로세스를 간소화된 워크플로우로 전환함으로써 비즈니스 운영을 최적화할 수 있다. RPA와 BPMS의 융합으로, 로봇과 사람이 협업의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업무를 주고받게 되는 것이다. 

가령 로봇이 1단계 작업을 처리한 뒤, 사람에게 2단계 진행 여부를 묻고, 사람이 이를 승인하면 곧바로 2단계로 진입하여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반복적이고 가치가 낮은 업무를 기술이 대신함으로써 프로세스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추가로 확보된 자원을 통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왜 초자동화인가?
여전히 초자동화를 단지 ‘기술을 활용한 반복적인 업무 처리'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초자동화를 조금 더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자동화와 초자동화의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동화란 인간의 수동적 개입 없이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기술로, 일반적으로 하나의 개별적인 소규모 작업에서 활용된다.

반면 초자동화는 단순히 속도나 데이터 처리량에 있어서 개선된 RPA를 넘어 AI, 통합 플랫폼 서비스(iPaaS) 등의 지능형 기술의 접목이다. 이를 통해 개별 작업에서의 활용을 넘어서,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반에 활용이 가능해진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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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초자동화 기반의 디지털전환(DT) 트렌드는 코로나19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팬데믹 이전에는 기업의 경영진들은 늘 비용 최적화(cost optimization) 위주로 솔루션을 검토했다. 

즉, 검토에 있어 ‘더 저렴한’, ‘더 빠른’, ‘더 좋은’이라는 일종의 층위가 존재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노동 비용이 저렴한 곳에서 생산하여 비싼 곳으로 공급하는 현상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그러나 클라우드, AI 등 새로운 디지털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팬데믹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며 비즈니스 환경은 급격히 변화했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 기업의 회복 탄력성과 유연성이 강조되면서 노동 중심 재정거래(labor arbitrage)보다는 자동화 재정거래(automation arbitrage)의 필요성이 주목을 받았고, 이에 맞춰 기존의 층위는 ‘경제성’에서 ‘품질’과 ‘속도’로 초점이 옮겨지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환경에서 초자동화 기술의 중요성은 크게 인정받으며 역할을 해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소프트웨어 봇 도입이 그 사례이다. 

봇은 임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양식에 따라 기입하며 이후 스스로 임상 테스트를 기획하고 실험해본 뒤 결과를 알려주는 이메일을 전송한다.

2020년 초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됐을 당시 삼성SDS는 확산 지역 방문자를 조기에 파악하고 빠른 대응과 조치를 위해 RPA를 통해 비상대응 설문을 자동화하였고, 업무 투입 인력을 최소화하며 인적 오류를 줄일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가속한 초자동화 시대의 도래는 디지털전환을 통한 기업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로 작용한다.

하나금융그룹의 경우 그룹사 모두 초자동화 기반의 업무 효율화를 도입, 전체 업무 시간에 있어 약 180만 시간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시스템 고도화와 병행된 자동화 업무 요건 수렴 및 착수를 기반으로 업무 시간 절감 등의 집중화를 지원한 것이 골자였다. 

또한 수년간 내부에서 발달시킨 ‘워라봇’ 기능의 고도화 경험을 바탕으로, AI OCR이라는 문자 판독 솔루션도 도입했다. 사람이 쓴 필기체 인식 등의 비정형 문서 판독을 가능하게 하는 솔루션으로, 현재 사람이 워라봇과 협업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물류 분야 또한 사람과 기술의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산업 중 한 곳이다. 영국의 물류 기업인 오카도는 입하, 입고, 피킹, 패킹, 배송 등의 단계를 초자동화 기술을 통해 자동화하였다. 

시스템이 재고 모니터링을 통해 자동으로 주문을 하고 공급업체에서 받은 상품을 ‘그리드’라 불리는 거대한 큐브로 보낸다. 피킹 단계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그리드에 저장된 상품을 알고리즘과 로봇이 처리해 패킹 단계로 이동하고, 패킹 과정에서 사람과 협업해 최종 배송을 준비한다.

온전히 사람이 진행할 경우 2시간이 걸릴 작업을 몇 백분의 일로 단축하면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물론, 로보토피아와 같은 기술만능주의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로봇 및 기술에 의한 노동 대체는 분명 존재한다.

제조업의 고용계수를 살펴보면 기술발달과 함께 1995년 9.77에서 2017년 1.88로 급감했음을 알 수 있다. 70% 이상의 고용을 담당하는 서비스업의 경우에도, 18.63에서 6.68로 감소했다. 

초자동화도 마찬가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며, 우리는 그 양상에 주목해야 한다. 이 감소폭엔 단순노동이나 애초부터 사람이 하기 힘들었던 부적절한 업무들이 포함되어 있다.

글로벌 컨설팅펌 PWC는 초자동화 시대가 2030년 중반까지 현재 한국 일자리의 약 22%를 대체할 것이라 주장했다. 이 수치는 동유럽 국가에 적용되는 순간 2배인 44%로 치솟는다. 이 극심한 차이의 중심엔 자동화가 쉬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비중이 얼마나 높은지가 존재한다. 

(왼쪽부터) 양현희·노경준 연세대 ISSU 학회원
(왼쪽부터) 양현희·노경준 연세대 ISSU 학회원

운송, 제조 등의 물리력을 요구하는 산업, 즉 단순노동 집약적 일자리가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자리는 현대를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은 선호하지 않는 형태의 일자리에 해당한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미래 일자리 중 약 60%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는 57개의 새로운 미래 일자리 목록을 제안하며, 기술 발전이 바꾸게 될 미래의 판도를 제시한다. 

우리는 이러한 미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할까? 인문학에서 흔히 사람들은 유토피아를 꿈꾼다고 말한다. 단순 노동 최소화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과 이를 가능하게 했던 기술 발전은 이러한 사람들의 근원적 욕구에 뿌리를 둔다. 즉, 초자동화는 도래할 수 밖에 없는 미래이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기술의 인간대체’라는 시각이 아닌 ‘기술과 이를 다룰 수 있는 인재로의 전환’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렇다면 초자동화 시대 도래에서 파생될 수많은 이점을 누리고,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특성과 강점을 파악하고 미래 산업의 지형과 기술 발전의 트렌드를 읽어야 할 시점이다. 그렇지 않은 자는 결국 과거부터 이어진 막연한 두려움과 같이 ‘대체’당할 수밖에 없다.


글: 연세대학교 UIC 경제학과 양현희 /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노경준

 

“연세대학교 IT경영학회 ‘ISSU(Information System SIG of Undergraduate)’ 학회원 21명이 IT비즈뉴스(ITBizNews)와 2022년 1학기 동안 팬데믹이 견인한 경제사회 구조의 변화상과 IT기술이 제시하는 미래사회 키워드, 윤리적 이슈 등을 주제로 스터디를 진행했다. MZ세대 시선에서 보는 전망과 고민을 담고자 원본 그대로 약 2주간에 걸쳐 전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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