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발 가격 인하…중소 전기차(EV) 스타트업 압박 

테슬라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 테슬라 모델3 전기차(EV) [사진=로이터]
테슬라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된 테슬라 모델3 전기차(EV) [사진=로이터]

테슬라가 중국에 이어 미국과 유럽지역에서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판매 부진을 위한 고육책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판촉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 시선이 많으나 기존 고객의 반발, 특히 중소 전기차(EV) 스타트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 CNBC 등 주요 외신은 최근 테슬라 전기차의 판매 둔화가 이번 가격 인하를 불러온 배경으로 풀이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독일에서 모델3와 모델Y가 최대 17% 인하되는 등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위스, 영국,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유럽 전역에서 테슬라 차량가 인하가 이뤄졌다. 모델3의 경우, 폭스바겐이 보급형 전기차로 내놓은 ID.3 수준까지 낮아졌다.

미국에서도 테슬라는 최대 19%의 가격 인하가 이뤄졌다. CNBC에 따르면, 모델3는 최대 14%, 모델Y는 최대 19% 더 낮아진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지원금(7,500달러)까지 적용되면 테슬라 구매자는 이전보다 30% 이상 낮아진 가격에 차량 구매가 가능하다.

테슬라는 가격인하의 배경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최근의 판매 부진을 반전시키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2022년 한해동안 약 137만대의 차량을 생산하고 131만여대를 고객에게 인도했다. 이는 연초 테슬라가 보고한 목표치에 크게 미치지 못한 수치다. 

테슬라는 지난해 말에도 미국에서 차량 가격을 약 7,500달러 할인하고 연말까지 차량을 인도받는 고객에게 1만마일 상당의 무료 충전을 제공한 바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한 판촉이었으나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월가 추정치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테슬라는 반전을 위해 차량 가격 인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차량가 인하는 판매를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인책이지만, 기존 고객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실제로 가장 먼저 가격 인하가 이뤄진 중국에서는 대규모 환불 요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

가격 인하 전 비용으로 차량 인도에 동의한 고객들이 전격적인 가격 인하에 반발하면서 환불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선 것.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에서 테슬라와 기존 차량 인도 계약 고객과의 분쟁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테슬라의 가격 인하가 루시드, 리비안, 피스커 등 중소 전기차 전문기업의 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테슬라의 이번 가격 인하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시장 성장 둔화는 중소 업체들에게는 심각한 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테슬라의 가격 인하 소식이 알려진 이후 피스커의 주가는 13일(현지시간) 9.69% 하락하기도 했다. 가격 인하로 테슬라 모델Y의 가격이 피스커 오션의 가격에 근접하면서 경쟁력 악화의 우려가 불거진 탓이다. 

CNBC는 2000년 닷컴버블 당시 아마존, 이베이 등 선도기업만이 생존했던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예로 들면서 전기차 시장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장기적으로 전기차 시장은 더욱 증가할 것이지만, 시장 개화까지 버틸 수 있는 기업의 체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기업들은 버블 붕괴로 자금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었지만, 위기를 돌파했던 기업들은 2001~2003년 사이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시장 성장의 과실을 얻었다.

이달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 현장에서 공개된 루시드 에어 EV [사진=로이터]
이달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 현장에서 공개된 루시드 에어 EV [사진=로이터]

전기차 시장 역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성장 곡선이 둔화되고 있지만 미국에서 50% 이상의 EV 판매 증가가 이뤄지고 있으며, 미국 경차 시장에서는 EV 점유율이 6%까지 증가하는 등 시장 자체의 성장 잠재력에는 의문이 없다.

이에 전기차 기업들의 현금보유액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자본이 적은 전기차 기업은 경기 침체를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CNBC에 따르면, 3분기 기준으로 리비안이 133억달러, 루시드가 38억5000만달러, 피스커가 8억2900만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리비안의 현금보유액은 최근 2년간의 손실과 투자금에 준하는 수준이며, 루시드와 피스커는 4분기 추가 투자금 확보에 나서 루시드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로부터 15억15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피스커는 증권거래위원회(SEC)에 20억달러의 펀드 조성을 신고해 약 1억1600만달러를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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