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설계자동화(EDA) 기술 자립 가능성에 주목
설계기술·공정장비·완제품 제재 방식 강도 커질 듯
화웨이가 이달 공개한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일부를 무력화했고, 결과적으로 미국의 제재 강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강효주 KB증권 연구원은 8일 중국 반도체 관련 보고서를 내고 “7나노(nm) 파운드리 성공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크게 낙후된 줄 알았던 중국의 전자설계자동화(EDA) 기술의 진보”라고 이번 사태를 진단했다.
화웨이가 지난달 29일 시장에 내놓은 메이트60 프로에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기린 9000S’가 탑재됐다. 이 칩은 중국 파운드리 SMIC의 7나노 공정기술이 적용됐다.
화웨이가 미국의 고강도 제재 속에 자체 개발 반도체를 탑재한 새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중국 관영매체인 중국중앙TV(CCTV)는 “화웨이가 선보인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에 아직 미친 것은 아니지만 5G 국산화의 중대한 진전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강 연구원은 “네덜란드 정부가 ASML에 7나노 공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노광장비(NXT1980 DUV)의 수출을 올해 말까지 허가한 상황”이라며 “SMIC가 부진한 수율 부분만 받아들일 수 있다면 7나노 파운드리가 가능하다는 것은 추측하고 있던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강 연구원은 ‘7나노 공정기술 확보’보다 중국의 EDA 기술 진보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강 연구원은 “화웨이는 미국의 수출통제 명단(entity list)에 포함된 기업으로 미국정부가 중국 반도체 산업 전반에 제재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규제를 받아왔다”며 “칩 설계에 필요한 미국산 EDA 툴을 전혀 사용하지 못했고 이는 2020년을 마지막으로 화웨이가 5G 스마트폰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7나노 제품 양산은 중국이 EDA 분야에서도 가파른 기술 진보를 이뤄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을 규제하던 3개 카드 중 하나를 잃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는 ▲미국산 EDA 툴 사용 금지 ▲파운드리 장비의 대중 수출 금지 ▲미국정부가 정한 일정 사양 이상의 고성능 칩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 적용 등 3개로 구분된다.
강 연구원은 “첫 번째 제재에 해당하는 EDA 자체 기술을 중국이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나머지 2개 제재 방식의 강도가 확대되거나 제재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SMIC가 7나노 생산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수율과 생산능력(CAPA) 한계로 대규모 양산은 불가능한 상황이며 EDA 기술 자립화가 오히려 미국의 제재 강도를 높이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메이트60 프로에 SK하이닉스의 스마트폰용 D램(LPDDR5)와 낸드플래시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SK하이닉스도 사태에 대한 경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반도체 컨설팅업체 테크인사이트에 의뢰해 메이트60 프로를 해체해 분석한 결과 부품 가운데 SK하이닉스의 메모리가 탑재된 것을 확인했다. SK하이닉스는 이와 관련한 블룸버그의 질의에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 조치 후 더는 거래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화웨이 신제품에 자사 메모리 칩이 쓰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에 신고했으며 경위 파악을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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