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ISSU 리포트] ⑥ 쿠키리스 시대 부상, 퍼스트파티 데이터 ‘주목’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오늘날 비즈니스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고객’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고객의 기대치는 나날이 높아지고 고객과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과제가 됐다.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CRM)이다.

CRM은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관리하고 분석하는 전략 및 기술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초기에는 단순히 고객의 연락처와 정보를 기록하는 형태로 시작했지만 기술의 발전과 함께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영업 자동화, 고객 서비스 등으로 범위와 역할이 확대됐다.

CRM의 역사는 1950년대 ‘Rolodex’라는 회전식 파일링 도구에서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단순히 고객의 연락처와 정보를 기록하는 형태였지만 기술의 발전과 함께 그 범위와 역할이 크게 확대되었다. 1980년대에 이르러 데이터베이스(DB) 마케팅의 개념을 발전시켜 현대적 CRM의 기초를 마련했고, 1987년에는 최초의 자동화된 CRM 소프트웨어(ACT!)가 출시됐다.

1990년대 초반부터 기업들은 CRM을 경영 전략으로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하고 개인용 컴퓨터의 확산과 함께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가 개발되면서 기업들은 자동화를 통한 고객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후 CRM은 단순한 신규 고객 확보를 넘어 기존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다.

현대 비즈니스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은 CRM은 단순한 고객 관리를 넘어 기업의 성장 엔진으로 진화하고 있다. CRM의 주요 기능은 고객 데이터 관리, 상호작용 추적, 판매 관리, 마케팅 자동화, 그리고 경영 활동 분석과 보고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고객 데이터베이스 관리는 CRM의 근간이다. 이는 고객의 개인 정보부터 구매 이력, 선호도까지 방대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저장하고 분석할 수 있게 한다. 

마케팅 자동화 기능 또한 CRM의 주요 요소 중 하나다. 이메일 캠페인, 소셜 미디어 마케팅, 타깃 광고 등 대규모 마케팅 활동을 효율적으로 실행하고 관리할 수 있으며,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교한 타깃팅은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한다.

아울러 CRM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대시보드와 상세 보고서를 통해 경영진은 비즈니스 성과를 한눈에 파악하고 데이터에 기반에 둔 전략적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데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특히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시스템은 더 진화하고 이를 적극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많은 기업이 CRM을 사용하는 주된 이유는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이탈률을 줄이며, 최종적으로 매출과 고객생애가치(LTV)를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CRM은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을 넘어, 고객 행동을 예측하고 맞춤형 제안을 통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가령 고객이 이전에 구매한 상품, 접촉 이력, 선호도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시점에 적합한 마케팅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부서 간 협업도 촉진해 고객에 대한 통합된 시각을 제공하며 기업의 의사결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론적으로 CRM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고객 중심의 경영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 현재 많은 기업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기존 고객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이 자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CRM의 진화, 온프레미스에서 클라우드로
CRM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초기 CRM 시장은 오라클과 같은 대형 소프트웨어 기업이 주도했다. 1990년대부터 CRM 솔루션을 제공하던 오라클은 주로 온프레미스(기업 내부 서버 설치형) 기반의 CRM을 운영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강력한 커스터마이징 기능과 데이터 보안성을 제공했지만 초기 설치 비용이 많이 들고 유지보수가 복잡하며 시스템 확장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 한계를 극복한 것이 세일즈포스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반 CRM이었다. 1999년 설립된 세일즈포스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동작하는 CRM 솔루션을 출시해 기업들이 별도의 서버 구축 없이 인터넷을 통해 CRM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세일즈포스의 등장으로 CRM 시장은 소프트웨어 판매에서 구독형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됐고 초기 도입 비용이 낮아져 중소기업까지 CRM 도입이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source=salesforce]
[source=salesforce]

IDC 보고서(Worldwide Semiannual Software Tracker)에 따르면, 세일즈포스는 2014년에 처음으로 CRM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세일즈포스의 CRM 시장 점유율은 16.1%였으며 2위 업체인 SAP의 점유율 12.1%보다 약 4%p 높았다. 이는 관련 시장이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였다.

세일즈포스를 중심으로 한 클라우드 기반 CRM 솔루션의 급격한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오라클 또한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했다. 자체 클라우드 플랫폼(Oracle Cloud CX)을 도입하며 SaaS 중심의 CRM 시장에 합류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2016년 기존의 온프레미스 솔루션을 클라우드 중심의 SaaS 모델을 강화했다.

◆생성AI와 CRM의 변화
현재 CRM의 미래는 생성AI 기술의 발전과 데이터 프라이버시 환경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생성AI와 데이터 중심 접근 방식이 CRM 전략을 재정의하며 기업들이 고객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AI는 고객 인사이트를 심화하고, 마케팅과 세일즈 전략을 개인화하며, 전반적인 비즈니스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는데, 특히 세일즈 퍼널 관리, 개인화된 마케팅 콘텐츠 생성, 워크플로우 자동화 등의 영역에서 AI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세일즈포스의 ‘아인슈타인1 스튜디오’는 이러한 변화를 대표하는 사례 중 하나다. CRM 환경에 생성AI를 구축 및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 플랫폼은 자연어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분야별 맞춤형 AI 콘텐츠를 생성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가령 기업이 특정 고객의 요구에 맞는 마케팅 메시지를 생성하거나 세일즈 팀이 보다 정확한 고객 예측을 기반으로 전략을 수립하도록 돕는 데 아인슈타인1 스튜디오를 활용할 수 있다.

SAP가 선보인 생성AI 비서 ‘줄(Joule)’은 비즈니스 데이터와 생성AI 기반 비즈니스 어시스턴트로,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지원과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도록 구현됐다. 이처럼 생성형 AI는 단순히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로부터 실시간으로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행 가능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쿠키리스 시대와 데이터 프라이버시의 부상
CRM의 미래는 데이터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구글이 서드파티 쿠키의 중단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발표하면서 데이터 활용 방식에 대한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서드파티 쿠키가 중단되면서 익명의 대중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은 점점 어려워지고 개별 고객을 중심으로 한 CRM 전략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퍼스트파티 데이터의 가치를 크게 높이고 있다. 퍼스트파티 데이터는 기업이 고객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수집하는 데이터로, 이를 기반으로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CRM이 주목받고 있다. 

반면, 서드파티 데이터의 활용은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CRM은 낮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우선시하는 환경에서 신뢰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CRM을 활용한 비즈니스 성공 사례들은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 변화를 잘 보여준다. 미국의 전자상거래(e커머스) 기업인 아마존은 세계 최대 규모의 CRM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기업 중 하나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화된 마케팅과 쇼핑 경험을 제공하며 독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마존은 고객의 구매 이력과 검색 기록을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개인화된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아마존은 미국 e커머스 시장에서 37.6%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사례는 CRM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여정 전반에서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며 장기적인 성장을 이룬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제 CRM은 단순한 고객 관리 도구를 넘어 기업의 성장 엔진으로 진화하고 있다. 생성형 AI와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중심으로 발전하는 CRM 기술은 고객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 구축을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혁신을 넘어 비즈니스 철학의 근본적 변화로, 고객 중심 CRM의 시대가 도래했고 또 이를 위한 효율적인 툴을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강원준·이지원 연세대 ISSU 학회원
강원준·이지원 연세대 ISSU 학회원

세일즈포스의 사례와 같이 생성AI는 데이터 통합과 워크플로우 자동화를 통해 기업 간 협업을 강화하고 정교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며 고객경험의 개인화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다만 생성AI를 CRM에 활용할 때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데이터 품질과 윤리적 사용이 중요하다. AI 모델이 편향된 데이터로 학습될 경우 부적절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는 고객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생성AI가 다루는 방대한 개인 데이터는 보안 위협에 취약할 수 있어 강력한 보안 체계를 구축하는 것 또한 필수다. 생성AI에 지나치게 의존해 인간적인 요소를 간과해서도 안 된다. 기술은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며 진정한 고객 관계는 인간의 통찰력과 공감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CRM 솔루션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CRM의 본질은 여전히 고객 중심 경영을 지원하는 데 있다. 기술 혁신이 아무리 빠르더라도 CRM의 궁극적인 목적은 기업이 고객과의 의미 있는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첨단 기술이 CRM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지만 CRM의 핵심 가치는 여전히 고객과의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강원준 /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이지원
 

“연세대학교 IT경영학회 ‘ISSU(Information System SIG of Undergraduate)’ 학회원 19명이 IT비즈뉴스(ITBizNews)와 2024년 2학기 동안 IT기술이 제시하는 미래사회 키워드, 윤리적 이슈 등을 주제로 스터디를 진행했다. MZ세대 시선에서 보는 전망과 고민을 담고자 편집을 최소화한 글을 약 3주 간에 걸쳐 전달한다.” [편집자주]

관련기사

저작권자 © ITBiz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