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에 투자를 많이 하는 국내 40개사의 총 투자액이 한해 60조원을 웃돌며 세계 5위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비 투자액 증가율은 주요 7개국(G7) 등 선진국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13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ission, EC)의 EU 산업 R&D 투자 스코어보드(EU Industrial R&D Investment Scoreboard)를 분석한 보고서(세계 R&D 투자 상위 2천개 기업 현황)에 따르면, 2023년 전세계 상위 2천개 기업이 1조2574억 유로(약 1,791조5000억원)를 투자하면서 역대 최대 투자액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7.7%(904억 유로) 증가한 수치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681개 기업이 5,318억6000만 유로를 투자해 42.3%를 차지했다. 중국은 524개 기업, 2,158억1000만 유로(17.2%)로 각각 집계됐다. 이어 독일과 일본이 각각 1,119억2000만 유로(8.9%)와 1,47억9000만 유로(8.3%)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총 40개 기업이 순위에 올랐으며 425억5000만 유로(60조7208억원)를 투자해 3.4%의 점유율로 5위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성장률은 약 23.7%로 G7(미국/일본/영국/캐나다/독일/프랑스/이탈리아)이나 중국(9.6%), 대만(1.5%)보다 높았다.

기업별로 보면 알파벳(구글 모기업)과 메타(페이스북 모기업),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ICT 기업이 1~4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독일 자동차 기업인 폴크스바겐, 중국 ICT 기업 화웨이 순으로 집계됐다.

중국 전기차(EV) 기업인 비야디(BYD)는 상위 50개사 중 가장 높은 R&D 투자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2배 수준인 47억3000만 유로를 투자한 BYD는 2023년 82위에서 46위로 상승하며 상위 50위권에 새로 진입했다.

반면 인텔은 전년보다 13억5000만 유로 감소하며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으나 R&D 투자 증가 상위 기업들의 확대 규모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완만한 수준을 보였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에 이어 7위를 유지하며 10위권에 유일하게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전년보다 14.4% 증가한 198억9000만 유로(28조3397억원)를 투자해 2천위권 한국 기업 전체 R&D의 46.7%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전년비 69.3% 급증한 53억1000만 유로로 42위를 기록하며 상위 50위권에 새로 진입했다.

양사 총 R&D 투자 규모는 약 252억 유로로 국내 ICT 하드웨어 분야 R&D 투자액의 94.5%를 차지했다.

LG전자(28억1000만 유로)와 현대자동차(27억9000만 유로)는 각각 80위와 81위를 차지했고 LG화학(14억3000만 유로)과 LG디스플레이(13억1000만 유로)가 166위와 180위를 기록하며 200위권에 들었다.

한편, 국내 기업의 산업별 투자를 보면 ICT 하드웨어의 R&D 투자 비중이 62.7%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자동차·부품(11.8%), 기타(10.3%), 산업재(7.9%) 순이었다.

그러나 제약·바이오와 ICT SW 투자 비중은 각각 2.1%와 1%로 미국(25.4%/34.2%), 일본(15.3%/9.8%), 중국(6.1%/17.4%), 영국(50.7%/5.4%) 등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