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C, 엔비디아-ARM 400억 달러 규모 인수 건에 반대소송 제기
엔비디아, 영국 이어 자국 내 반독점 이슈화 ‘난감’

(왼쪽부터)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각사 뉴스룸]
(왼쪽부터)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각사 뉴스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엔비디아의 ARM 인수작업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달 영국정부가 ARM의 인수 건을 반독점규제를 포함해 국가안보 차원의 조사를 지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자국(미국)에서도 공정거래를 방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공식화되면서 난처한 입장에 빠진 것이다.

3일 블룸버그, 로이터통신, CNBC 등 주요 외신보도에 따르면, FTC는 ARM 인수를 추진하는 엔비디아를 상대로 인수반대 소송을 제기했다. 

FTC는 성명을 통해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면 스마트폰과 공장설비, 완성차업계 등 전세계 기술 기업이 사용하는 반도체 디자인에 대한 지배권을 갖게 돼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며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 FTC를 이끌고 있는 리나 칸 FTC 의장은 그간 반독점 관련해 강력히 대응할 것을 피력해왔다. 

민주당과 공화당 측 위원 2명씩으로 구성된 FTC는 만장일치로 엔비디아의 ARM 인수반대 소송 제기를 결정했다.

홀리 베도바 FTC 경쟁국장은 “차세대 기술을 위한 혁신을 한 반도체 대기업이 억제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반도체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이번 합병을 막는 소송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FTC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작업과 관련해 유럽연합(EU)과 영국, 일본, 한국의 경쟁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FTC의 이번 조치로 내년 봄까지 인수작업을 완료한다는 엔비디아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4일 영국정부도 자국 기업인 ARM의 매각에 관련해 반독점규제를 포함, 국가안보 차원의 조사를 지시한 후 자국(미국) 내에서도 독과점 이슈가 터져나오면서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엔비디아는 자사의 ARM 인수가 산업계에 도움이 되며 경쟁을 촉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엔비디아는 성명을 통해 “엔비디아는 ARM의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로드맵을 가속하며 경쟁을 촉진할 것”이라며 “ARM의 모든 라이선스 사업자에게 많은 기회를 창출하고 ARM 생태계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해 9월 ARM의 모회사인 소프트뱅크로부터 40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소재 엔비디아 본사 [사진=로이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소재 엔비디아 본사 [사진=로이터]

GPU를 설계하는 엔비디아가 CPU 코어 설계자산(IP)을 보유한 ARM의 인수를 추진한 점, 반도체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규모의 딜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졌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ARM은 반도체 설계도인 IP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삼성전자, 애플, 퀄컴 등이 고객사다. 전세계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약 90% 이상이 ARM의 IP가 사용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중국도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점도 엔비디아에게 불리한 점이다. 각국 정부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휘두를 것으로 판단되면 인수합병에 대한 반대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 

실제로 5년 전 퀄컴이 네덜란드 반도체기업인 NXP반도체를 44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으나 중국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기술 생태계가 특정 기업 한쪽으로 쏠리면서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기업도 나왔다. 올해 2월에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퀄컴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인수 반대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ITBiz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