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전경
KAIST 전경

카이스트(KAIST)가 20일 물리학과 박용근 석좌교수 연구팀이 형광 염색 없이 세포의 분자 정보를 볼 수 있는 인공지능(AI) 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최근 분자생물학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세포 내 특정 구조를 형광(fluorescence)으로 표지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형광 현미경은 가장 폭넓게 쓰이는 광학 현미경 기술이 됐다.

허나 형광 표지 자체가 세포를 변형하는 것으로 세포에 부담을 주고 제한된 색깔로 다양한 구조를 동시에 보는 것이 어려운 한계점이 있었다. 이와 달리 각 물질과 빛의 상호작용을 결정하는 근본적인 특성인 굴절률(refractive index)을 이용해 아무런 염색을 하지 않아도 되는 현미경 기술도 꾸준히 발전돼왔다.

굴절률로부터 파생되는 빛의 흡수, 위상차 등을 이용한 전통적인 현미경은 물론 굴절률 자체를 3차원 상에서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다양한 홀로그래픽 현미경(holographic microscopy) 기술이 박용근 교수 연구팀에서 개발돼 상용화된 바 있다. 

이러한 비표지(label-free) 현미경 기술은 형광 현미경과 비교해 여러 장점을 제공하고 있지만 굴절률과 세포 내 구조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분자 특이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박용근 교수팀은 2012년 초부터 조영주 KAIST 졸업생 주도로 홀로그래픽 현미경 분야에 인공지능을 도입해 특이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우선 형태적으로는 비슷하나 생화학적인 구성에 차이가 있는 시료의 굴절률 영상은 사람 눈에는 비슷하게 보이는데, 흥미롭게도 인공지능은 이를 높은 정확도로 분류할 수 있음을 보였다.

다양한 생체 시료에서 일관되게 관찰되면서 연구팀은 생화학적 특이성이 높은 정보가 굴절률의 공간 분포에 숨겨져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세포생물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Nature Cell Biology, IF 28.82)’에 이달 7일 발표된 연구(논문명: Label-free multiplexed microtomography of endogenous subcellular dynamics using generalizable deep learning)에서 연구팀은 홀로그래픽 현미경 영상으로부터 형광 현미경 영상을 직접 예측할 수 있음을 보임으로써 이 가설을 증명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지능 현미경 개요와 예시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지능 현미경 개요와 예시

인공지능이 찾아낸 굴절률 공간 분포와 세포 내 주요 구조 간의 정량적인 관계를 이용해 굴절률의 공간 분포 해독이 가능했고, 이러한 관계는 세포 종류와 관계없이 보존돼 있음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인공지능 현미경은 홀로그래픽 현미경과 형광 현미경의 장점만을 제공해 형광 표지 없이 형광 현미경의 특이적인 영상을 얻을 수 있다. 

KAIST는 이번 연구가 조영주 박사과정, 박용근 교수가 발전시켜온 광학 및 인공지능 기술력 이외에도 다학제적 접근과 KAIST 기술을 바탕으로 한 창업 덕분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KAIST 생명과학과 허원도 교수(공동 교신저자)와 박외선 박사(공동 제1 저자)가 오랜 기간 발전시켜온 분자생물학 및 형광 현미경 기술 덕분에 인공지능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고, 조영주 박사과정이 허원도 교수 연구팀에서 2015년 1년간 연구했던 경험 덕분에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게 됐다. 

KAIST는 “박용근 교수팀 홀로그래픽 현미경 기술로 창업한 토모큐브를 통해 현미경 및 데이터 형식이 규격화돼 대규모 인공지능 학습이 용이했고, 토모큐브 조형주 연구원(공동 제1 저자) 및 민현석 연구원(공동 교신저자) 등 인공지능 전문인력이 합류하면서 최신 인공지능 기법들의 빠른 도입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ITBiz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