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나노/6나노 단일 패키지 칩렛 구조, 첫 DDR5 지원 CPU 타이틀
자일링스 합병 마무리, 전략자산 활용한 솔루션 베이스 비즈니스 전략은?
“전세계에서 강력한 슈퍼컴퓨터 열 대중 다섯 대가 AMD의 칩을 사용하고 있다. 중요한 건 중앙 컨트롤타워(CPU) 뿐만 아니라 이를 최적화할 수 있는 다양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포트폴리오와 유기적인 파트너십, 그리고 생태계다. 이 모든 것을 제공하겠다”
AMD가 4세대 서버용 CPU ‘에픽(EPYC) 9004(코드명: 제노아/Genoa)’ 라인업을 정식 공개했다.
이달 1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투게더 위 어드밴스(together we advance_data centers)’ 행사에서 4세대 CPU를 공개한 리사 수(Lisa Su) AMD CEO는 고성능과 전력효율성 이슈를 잡고 총소요비용(TCO)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제시, 현재 11% 수준의 점유율을 확장해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것을 밝혔다.
매년 이맘때 차세대 칩을 공개해 온 AMD의 올해 행보에는 많은 관심이 몰렸다. 인텔도 차세대 서버용 칩 공개를 앞두고 있으며, 무엇보다 올해 초 자일링스(Xilinx)와의 합병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자일링스가 보유한 시스템온칩(SoC)인 버샬(Versal), 소프트웨어(SW) 툴인 바이티스(Vitis)와의 시너지도 기대됐기 때문이다.
종합반도체기업(IDM)인 인텔과 서버(데이터센터) 인프라의 코어인 CPU를 기반으로 서버를 연결하는 인터커넥터, 인공지능(AI/ML)과 네트워크를 빠르게 연결하는 가속기 등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통합할 것인가에 대한 리사 수의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AMD, 인텔 제치고 첫 DDR5 지원하는 CPU 타이틀 획득
AMD가 이날 공개한 4세대 에픽 프로세서는 5나노(nm)와 6나노(nm) 프로세서가 단일 패키지로 제공되는 칩렛(Chiplet) 형태로 TSMC 공정이 적용됐다.
전 세대 아키텍처인 젠3 대비 사이클당 명령어처리수는 14% 향상된 젠4 아키텍처로 구현됐다. 최대 96코어까지 확장 가능하며 최대 64레인 CXL 1.1 메모리도 지원한다. 12개 채널의 DDR5 메모리를 지원하며 128레인 PCIe 5.0 지원하면서 I/O도 대폭 확장한 점이 특징이다.
이날 처음 공개된 범용 칩(제노아) 외 클라우드용 칩(베르가모/Bergamo)과 연구소·R&D센터의 가속컴퓨팅을 지원하는 테크니컬 컴퓨팅용 칩(제노아X/Genoa-X)은 내년 1분기께, 인텔리전트 통신·엣지컴퓨팅용 칩(시에나/Siena)은 내년 2분기께 각각 정식 공개할 예정이다.
마이크 클락 AMD 수석아키텍트는 설계 시 중점과제로 성능과 저지연, 대역폭 확장을 핵심으로 설정했다고 전했다.
젠3 마이크로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재설계된 젠4 아키텍처는 로드 저장소 단위에서 최대한의 대역폭을 확보하기 위해 데이터 캐시보다 덜 복잡하게 설계를 최적화하면서 보유한 모든 리소스를 빠르게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칩에 대한 성능도 여럿 검증된 상태다. 이날 AMD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4세대 에픽 프로세서는 전세대비 클라우드컴퓨팅, 고성능컴퓨팅(HPC), IT엔터프라이즈 영역에서 각각 107%, 123%, 94% 성능개선을 이뤘다.
리사 수 CEO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최적화를 위한 실리콘(Chip)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성능개선에 집중하고 있다”며 “클라우드네이티브 환경과 엣지-코어 간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높은 대역폭을 지원하고, TCO는 줄이며, 성능최적화가 핵심과제로 떠오른 현재 AMD의 다각화된 포트폴리오와 풀스택 솔루션을 결합해 밀도있게 파트너를 지원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AMD의 이번 발표를 의식한 듯 인텔도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지원하는 4세대 제온 맥스(코드명: 사파이어 래피즈)의 구체적인 정보를 같은 시기에 공개했다. 이 칩은 올해 2분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해를 넘겨 내년 1월10일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트렌드포스는 “인텔 7공정(10나노급)의 수율문제로 사파이어 래피즈 양산에 차질을 빚었다”며 “인텔의 차세대 칩 출시 지연으로 AMD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AMD도 인텔의 이 공백을 겨냥, 파트너사와 협력을 강화하고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델테크놀로지스는 4세대 에픽 프로세서를 탑재한 차세대 델 파워엣지 서버를 공개했고 HPE도 종량제 서비스를 지원하는 신규 HPE 프로라이언트 젠11 서버에 4세대 에픽 프로세서를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구글도 구글클라우드(GCP) 컴퓨트 엔진에 4세대 에픽 프로세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칩 베이스 아닌 솔루션 베이스 전략이 중요한 이유
AMD가 이번에 공개한 4세대 에픽 프로세서는 전세대비 성능은 확실히 개선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거대 시장인 서버(데이터센터) 영역에서 AMD가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서는 각 시스템(인프라)을 유기적으로 잇는 ‘완벽한 수준의 풀스택’이 요구된다.
탄소배출저감을 위해 전력사용을 줄이는 친환경 데이터센터 등이 이슈로 자리한 시장에서 칩 성능을 개선해 더 적은 서버로 성능도 개선하고 TCO 부문에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후발주자로서 더 획기적이며 유연한 가치를 시장에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인텔이 독점하다시피 한 서버 비즈니스 영역에서 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리며 경쟁력을 입증했다면, 앞으로는 단일 칩 베이스가 아닌 솔루션 베이스 전략으로 인텔이 시장에서 독식한 선점자 효과를 돌파할 수 있는 파괴적혁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것이 2년 전 AMD-자일링스 간 인수합병 소식이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은 이유이자 AMD에 거는 기대감이다.
당시 AMD-자일링스 간 인수합병 추진으로 거론되는 기업으로는 단연 ‘인텔’이었다. x86 시스템에서 AMD와 경쟁하고 있으며 특수반도체인 필드프로그래머블게이트어레이(FPGA) 시장에서는 알테라(인텔이 인수)가 자일링스와 겨루고 있다.
고부가가치 칩인 FPGA는 주로 항공/우주산업, 통신장비, 전장시스템(오토모티브) 등에 주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특징인 와트당성능(전력효율성)을 활용한 가속카드에도 적용된다.
15개월 간 합병작업이 진행되면서 각 규제당국의 승인 이슈와 적정가(350억달러) 논란 등의 이슈가 있었으나 올해 2월 공식 인수합병 절차도 마무리됐다. 현재 자일링스는 AMD의 어댑티브·임베디드컴퓨팅그룹(AMD AECG)으로 흡수됐다.
아시아 출신 실리콘밸리 기업 CEO로 가장 성공한 1인·2인으로 평가받는 리사 수, 빅터 펭(당시 자일리스 CEO)의 만남은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서버 구동의 핵심이지만 칩 하나로 완벽할 수 없는 CPU 기업과 고부가가치 시장에서의 리딩기업이지만 ‘데이터센터 퍼스트’ 전략으로 새로운 캐시카우를 찾고 있는 FPGA 기업의 이슈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AMD가 자일링스를 인수하면 얻은 전략자산은 단연 버샬(코드명: ACAP) 포트폴리오다. 재프로그래밍이 가능한 FPGA 블록과 AI엔진이 탑재된 특수반도체로 2018년 첫 공개된 7나노 SoC 제품군이다. 이를 활용한 가속카드 브랜드인 알베오(Alveo) AI가속카드, 스마트NIC을 관련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하드웨어 자산 외 소프트웨어 자산인 오픈 툴 플랫폼인 바이티스(Vitis)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SW개발자 생태계도 확보했다.
SW로 HW(FPGA)를 정의(Programmable)하는 SW 플랫폼인 셈인데, 임베디드시스템 개발자를 위한 개발보드와 사전정의된 다양한 I/O를 포함하고 있다. 코어 개발키트로는 컴파일러, 분석·디버그 툴이 제공된다.
리사 수가 4세대 에픽 프로세서 발표현장에서 “우리는 막강한 서버용 에픽 프로세서와 GPU 가속기, 자일링스의 기술과 스마트NIC 포트폴리오 모두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할만큼 이를 핵심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B2B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해 온 자일링스의 자산을 확보한 AMD가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 CPU와 GPU를 통합한 APU를 콘솔시장에 공급하며 AMD를 기사회생시킨 리사 수의 두 번째 마법이 필요한 시기다. [샌프란시스코=미국]
관련기사
- AMD, RDNA3 아키텍처 기반 라데온 RX7900 정식 공개
- 애플·메타·MS 실적발표…빅테크 3분기, 누가누가 잘했나
- “글로벌 시총 100대 반도체 기업 중 韓 3개사 불과”
- AMD, 美 에너지부 R&D허브 'ESnet6'에 적응형 컴퓨팅 기술 심었다
- 삼성, 美 실리콘밸리서 테크데이…“SoC, DDI 등 시스템반도체 IP 고도화”
- 인텔 자율주행 자회사 ‘모빌아이’, 기업공개(IPO) 추진
- 인텔, 게임용 아크 GPU·13세대 제온 프로세서 발표
- AMD, 中 모빌리티 스타트업 ‘이카스’와 디지털콕핏 개발
- 삼성, 2세대 스마트SSD 개발…“연산 2배, 전력효율성 70% 개선”
- AMD-자일링스 인수합병 작업 마무리…“이달 14일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