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서비스 비용 부담 완화 일환
통신사·유통사, 지원금 경쟁 발발 예고

서울 서대문구 소재 한 휴대폰 대리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소재 한 휴대폰 대리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를 추진한다. ‘단통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은 이동통신사업자 등이 단말기에 대해 지급하는 보조금을 규제하는 것으로, 단말기 구입 비용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2014년 제정·시행된 단통법은 제정 취지인 소비자 권익 증대가 아닌 이통사업자 이익 극대화에 기여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일각에서는 팬텍 등 중소 휴대폰 제조사가 사라지게 된 데에도 단통법이 기여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단통법의 출발은 소비자 차별로부터 시작됐다. 보조금 경쟁이 펼쳐지면서 일부 소비자들만 큰 폭의 보조금으로 이동전화기를 구매하고, 대다수 소비자들은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단통법을 제정하게 된 배경이 됐던 것이다.

이에 더해 과도한 출혈경쟁, 기형적 통신 시장 유통 구조 등의 필요성도 법 제정의 필요성을 높였다. 2014년 여야에서 모두 단말기 유통구조 개혁에 대한 법률안을 발의했으며, 당시 여당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현 국민의힘)이 대표발의(조해진 외 9인)의 법률안으로 통합돼 단통법이 탄생했다.

하지만 단통법은 소비자 차별 철폐에는 성공했지만, 보조금 혜택을 크게 줄여 단말기 구입비용의 상향평준화를 이뤄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통신시장의 과점 구조를 고착화하고, 이통사 이익극대화에 기여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실제로 당시 적자에 허덕이던 KT는 단통법 실시 이후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현재는 통신3사의 합산 영업익이 계속해서 4조원을 넘어서는 등 이익이 극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단통법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지속적으로 제기됐으며, 최근에는 단통법 폐지 관련 법안이 계속해서 발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22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단통법 폐지를 공식화했다. 단통법 시행 이전처럼 지원금 공시와 추가지원금 상한을 없애 경쟁 속에서 단말기 구매비용 하락이 이뤄지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단, 단통법 이후 추진된 선택약정할인제도는 현행과 동일하게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단통법 폐지 발표에 대한 반등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기대는 정부의 설명처럼 자유경쟁을 통한 단말기 구매비용 절감에 대한 기대다.

일본의 경우 막대한 보조금으로 고가의 아이폰을 거의 공짜로 풀리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자유 경쟁이 이러한 실질 구입비용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다.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왼쪽)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생활규제 부문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단말기 유통법 폐지와 관련한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왼쪽)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생활규제 부문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단말기 유통법 폐지와 관련한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대로 단순 폐지만으로는 실효성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과거 통신3사가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투자해 출혈 경쟁을 펼쳤다면 현재는 시장 상황이 달라진 만큼 과도한 출혈 경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과거 오프라인 유통점 중심의 단말 유통 구조는 최근 온라인으로 이동했으며, 통신사 대리점을 통한 구입도 단말기 자급제, 알뜰폰사업자(MVNO) 등의 제고가 시행되면서 분산된 상황이다.

여기에 국내 통신사들은 선택약정과 보조금을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이익 극대화에 성공했는데, 이러한 체제가 자리를 잡은 만큼 파격적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파격 경쟁이 이뤄져도 문제다. 과거의 출혈 경쟁이 되풀이되게 되면, 규모의 경제에서 약세인 MVNO 사업자의 피해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례는 반면교사다. 극심한 경쟁 속에서 공짜로 구매 가능하게 된 아이폰의 점유율이 극단적으로 확대되는 기현상을 보인 일본은 되려 우리나라의 단통법을 벤치마킹해 2019년 단말기 보조금 규제 법안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적절한 정책 대안 없이 폐지가 이뤄진다면, 단통법 시행 당시와 같은 시장의 혼란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단통법 폐지 결정이 다가오는 총선을 노린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2014년 지방선거 한 달여를 앞두고 단통법이 제정됐던 것처럼, 폐지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구호로 소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정부는 과열 출혈 경쟁, 이용자 차별 등의 우려에 대해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으로 규제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예상되는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해 단통법 폐지의 부작용 발생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정부가 단통법 폐지 추진을 발표했지만, 폐지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국회 통과의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서 발의됐던 단통법 폐지 법안들도 계류 중이며, 남은 21대 국회의원 임기와 선거 등을 고려하면 연내 폐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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