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제도개선·통신정책 방향 연구 착수

[source=pixabay]
[source=pixabay]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제4이동통신이 무산됐다. 이동통신 사업을 위해 28GHz 대역 주파수 대역을 할당받았던 스테이지엑스가 필요사항 미이행으로 인해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선정 취소가 최종 확정됐기 때문이다.

제4이통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들의 생활비 부담 주범으로 '통신비'를 지목하면서 급부상했다. 특히 지난해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대통령이 통신 시장 과점 해소와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을 주문하면서 제4이통은 윤석열 정부의 통신 분야 정책 과제로 대두됐다.

정부는 4천억원의 정책금융지원, 기존 통신3사 통신설비 공동활용, 상호접속료 인하, 스마트폰 제조사와의 수급 협의 등 각종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제4이통사 유치에 힘쏟았고 신규 사업자의 비용 부담 절감을 위해 주파수 경매에서 최저낙찰가(경매 시작가)를 파격적으로 낮추는 등의 노력을 쏟았다. 제4이통사를 시장에 진입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과거 제4이통 시도가 무산됐던 사례에서 보여지듯, 고착화된 통신 시장의 경쟁 구도로 인해 희망 사업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초기 우세했지만, 특혜에 가까운 정부 지원책에 마이모바일, 세종텔레콤, 스테이지엑스 등 3개 컨소시엄이 주파수 경매에 참여해 제4이통사 등장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주파수 경매 과정에서 경쟁이 과열되면서 낙찰가 오버슈팅 문제가 불거졌다. 최종 승자인 스테이지엑스의 최종 낙찰가는 4,301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2018년 통신3사의 낙찰가(2,070억원)보다 2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신규 사업자의 어려움 등을 고려할 때 업계가 적정 가격으로 예상했던 1천억원보다 4배 이상 많은 낙찰가다. 이러한 과도한 낙찰가는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를 낳기도 했다.

경매의 최정 가격이 과도하게 돼 발생하는 승자의 저주와는 다르지만, 스테이지엑스의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선정 취소가 최정 결정됨으로써 가시화됐던 제4이통은 또다시 물거품이 됐다. 2월 주파수 경매가 완료된 지 5개월만의 일이다.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가 주파수할당 필요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등 주파수할당 사업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선정 취소를 최종 결정했다고 전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초기 자본금으로 2050억원을 발표했지만, 드러난 실제 자본금은 500억원에 불과했으며, 법인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자본금도 1억원에 그쳐 자본금납입증명서와 일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통신시장 후폭풍 불가피
스테이지엑스는 반발했다. 자본금 납입 요건과 관련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스테이지엑스 측의 주장이다.

주파수 할당 이후 자본금을 완납할 계획이며, 기간통신사업자 제도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된 만큼 재무 능력을 심사·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스테이지엑스는 선정 취소와 관련해 법적 공방도 검토 중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제4이통 무산에 대한 정부 책임론도 제기하고 있다. 충분한 검토 없이 제4이통을 추진해 통신 시장에 혼란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사업 추진 초기부터 중소 사업자의 자본금 문제, 28GHz 대역의 수익성 문제 등이 제기됐지만, ‘통신 카르텔 타파’라는 주문에 맞춰 졸속 추진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 이로 인한 국민 통신비 부담 완화를 제4이통 추진 근거로 제시했지만 실제로 국내 이통 시장은 과포화됐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기존 이통3사에 더해 수십개의 알뜰폰 사업자가 존재하며, 회선 기준으로 총 국민 수보다 많은 가입자가 존재하는 등 과포화된 상황이란 것이다. 

주파수 경매에 참여했던 3사 모두 거대 통신사업을 운영하기에 자본 상황이 좋지 않다는 우려를 받았는데, 과기정통부는 적격 판정을 내렸다는 점도 졸속 추진에 대한 의혹을 더한다.

주파수 경매 승자가 됐던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의 주도 사업자인 스테이지파이브의 경우, 2022년 영업손실 5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자본 총계는 -1,657억원으로 자본금 전액 잠식 상태였음에도 적격 판정을 받았다. 

28GHz 대역의 사업성도 다시금 주목되고 있다. 28GHz 주파수 대역은 빠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지만, 회절성(장애물 통과 성질)이 좋지 않아 더 많은 기지국을 꼼꼼하게 배치해야 한다. 즉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며, 기기국간 간섭 회피를 위해 뛰어난 망 설계·구축 능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제4이통만이 국민 편의 향상의 해답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사실상 원점에서 제4이통을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제도적 미비점과 주파수할당 제도 개선 방안, 향후 통신정책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연구반을 경제·경영·법률·기술 분야 학계 전문가와 유관기관 전문가들로 구성·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심차게 추진했던 제4이통 추진이 무산된 만큼 정책 혼조에 따른 통신 시장의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ITBiz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