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 대우 논란에 ‘네 탓’ 공방…피해는 소비자·생태계로
무엇이든 원하는 음식을 내 집까지 편리하게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는 분명 전에 없던 혁신에 가깝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소비자와 자영업자 그리고 배달원이 치러야 하는 대가는 점점 커지고 있는 이상한 현실도 따라왔다.
배달 플랫폼을 대표하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숱한 논란에도 자신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을 이어왔는데, 이제는 급기야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난타전까지 벌이는 상황에서 고통을 받는 이들은 역시나 저 둘이 아닌 다른 주체들이다.
최근 불거진 이슈는 바로 ‘최혜 대우’ 논란이다. 배민은 최근 무료 배달 구독제 서비스 ‘배민클럽’을 도입했는데, 입점주들에게 배민에서 판매하는 음식 가격을 다른 배달앱보다 높게 책정하지 않도록 하는 조건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혜 대우를 통해 자사 판매가를 억제하면 소비자를 상대로 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하지만 플랫폼이 수수료를 인상할 경우 입점주는 판매가는 그대로인데 수익은 수수료 인상분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배달앱의 가격도 함께 올려야 하는데, 이 경우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매출에 악영향이 올 수밖에 없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이런 최혜 대우 요구가 배달앱 간 공정 경쟁을 막아 수수료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곧바로 해명을 내놨다. 이들은 최혜 대우 자체를 사실상 시인하면서도 경쟁사 즉, 쿠팡이츠가 이를 먼저 시작했다고 항변했다. 쿠팡이츠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아 방어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두 기업은 최혜 대우 이전부터도 계속해서 공방을 벌여왔다. 올여름 정부 주도로 배달 플랫폼-입접업체 상생협의체 출범 이후 쿠팡이츠는 매장용보다 배달용 메뉴의 가격을 더 비싸게 받는 이른바 ‘이중가격제’ 논란의 책임을 배달의민족 문제로 몰아갔다.
이와 관련해 양측은 배달비와 수수료, 영업익 등이 담긴 내용을 각기 발표했다. 하지만 각자 유리한 측면을 부각하고 불리한 내용은 숨기는 방식으로 아전인수격 주장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상생협의체는 수수료 부담 완화, 불공정 관행 개선 등 합리적인 상생 방안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음에도 지금까지 5차례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이 문제는 이번 국정감사에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입점주들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배달앱 수수료 문제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했고 소비자들도 배달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정치권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배달앱 대표를 국감 증인으로 소환하기로 결정했다.
8일 열린 국감에는 피터얀 반데피트 우아한형제들 임시 대표, 김명규 쿠팡이츠 서비스 대표 등 배달앱 대표들이 참석했다. 같은날 배달앱 수수료 갈등 해결을 위한 상생협의체 6차 회의도 열렸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달의민족이 지난 2021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소비자 약관 시정 권고 명령을 받은 뒤에도 배민스토어 판매자들에게 불공정한 약관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는데, 이 약관에는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통한 거래와 관련해 회사가 어떠한 보증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반데피트 대표는 김원이 의원의 관련 질의에 “배달의민족 약관은 이미 법적인 검토를 마쳤으나 말씀 주신 부분을 면밀히 반영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명규 쿠팡이츠 대표도 ‘쿠팡이츠가 무료 배달을 실시하며 입점업체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무료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배달비 부담으로 소비가 위축되지 않도록 회사가 이를 분담하고자 하는 목적에서”라고 해명했다.
이어 “고객 부담 배달비를 회사가 다 분담하는 것”이라며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은 검토하고 필요한 것은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국정감사 이후에도 공방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성난 여론을 등에 업은 여야 정치권의 강한 질타가 예상되는 가운데 상생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그 과정에서 ‘네 탓’ 공방은 필연적이다.
국감이 끝난 후에도 언제든 공방이 재발할 수 있다. 사실상 두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들의 치열한 경쟁이 배달 생태계 구성원들의 이익을 높이는 쪽이 아니라 정확히 반대로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대결 구도가 완전히 구축된 이래 입점주들은 높은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에, 소비자들은 갈수록 오르는 음식 가격에 계속해서 고통이 높아지고 있다.
정당한 대가를 얻지 못해 사업을 포기하거나 주저앉는 입점주가 늘어나고 배달주문을 외면하는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그 손해는 장기적으로 이 플랫폼들에 돌아오게 된다.
여기에 올초 불거진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여론 악화에도 이들이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청난 논란을 불러왔던 티켓몬스터·위메프 사태와 카카오 사태에 이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까지 도마 위에 오르면서 혁신을 지향하는 플랫폼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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