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기술 보유한 中企 도약 사다리 두고 시각차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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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보유한 기술력을 통해 기업공개(IPO)의 기회를 얻는 기술특례 상장을 둘러싸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재계 전반에서는 진입장벽이 여전히 낮아 부실기업이 계속해서 들어온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벤처·스타트업계에서는 문턱이 높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기술특례 상장은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 외부 검증기관을 통해 심사한 뒤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로 2005년 첫 도입됐다. 당장의 영업 실적이 미미하더라도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일 경우 전문평가기관 기술평가나 상장주선인 추천으로 상장할 수 있는 것이다.

기술특례로 상장하려면 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들 중 복수 기관에 평가를 신청해 모두 BBB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고, 이 중 적어도 한 곳에서는 A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이후 상장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 코스닥 시장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제도 도입 10년차인 2015년에는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의 상장 기회를 더 확대시키기 위해 기술특례 상장제도의 규제를 완화했다. 또 기술평가기관을 선정하고 통보하는 데 기존 9주가 걸리던 것을 4주로 단축했고, 평가 수수료를 줄여 상장 문턱을 낮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기술특례 상장에 성공한 기업 수는 지난 2018년을 기점으로 매년 20곳을 넘어 계속해서 늘고 있다. 2022년 28곳으로 잠시 주춤했으나 지난해 35곳으로 다시 증가하는 중이다. 

올해 역시 상반기에만 20곳 넘는 기업들이 기술특례 상장으로 증권시장에 진입했다. 동기간 코스닥 시장 전체 상장의 30%를 훌쩍 넘는 비중이다.

헌데 막대한 적자를 갖고도 상장에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가 다수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90억원 가까운 적자에 올해 1분기 자본잠식률 97%를 기록하고도 상장 문턱을 통과한 기업도 있었다.

자본잠식률이 50% 이상 2년 연속 유지되면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여기에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 90% 이상이 상장 전 제시했던 실적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이같은 적자 기업들이 상장할 경우 시장에 악영향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재무건정성이 떨어지는 기업들이 코스닥 시장에 다수 자리 잡게 되면 투자자들이 투자할 기업을 찾지 못해 결국 시장에서 빠져나가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가치 또한 하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충격을 몰고 왔던 파두 사태다. 지난해 8월 코스닥 시장에 당당히 진입했던 파두는 3분기 매출이 고작 3억원 가량에 그쳤다. 한때 팹리스 유니콘으로 각광받았던 터라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예상 매출을 부풀린 뻥튀기 상장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기술특례 상장을 둘러싼 논란의 기폭제가 됐다. 거래소는 재발 방지를 위해 상장을 맡은 주관사 의무 보유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고 부실 실사 전력이 있는 기업의 상장을 주관하는 주관사에 풋백옵션 의무를 부여하는 등 제도 손질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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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히 심사 문턱 또한 높아졌다. 업계에 따르면 파두 사태 이후 한국거래소 상장심사가 까다로워졌고 기간도 길어졌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금융감독원은 기술특례 상장 기업 중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들의 퇴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까지 내놨다.

반면 벤처·스타트업계는 울상이다. 상반기 결산을 마치고 하반기 상장을 추진하던 기업들이 높아진 기술특례 상장 문턱을 넘지 못하고 줄줄이 일정을 뒤로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상자예비심사 청구 후 철회한 기업은 총 36곳에 달하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2곳과 비교해 대폭 늘어났다.

파두 사태 이후 실적 추정치에 대한 기준이 높아진 것은 물론이고 올 하반기에는 증권신고서 서식까지 ‘송곳 검증’하는 등 전반적인 절차 자체가 힘들어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상장을 노리는 기업들에 투자한 벤처캐피탈(VC)은 자금 회수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VC 투자 기업의 자금 회수 유형 중 기업공개(IPO)는 30%를 상회하는데, 벤처펀드의 일반적인 형태가 초기 3~4년 투자 이후 회수에 나선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2 벤처붐 시기에 이뤄졌던 투자의 회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이같은 상황에서 상장 문턱의 정상화를 구축하면서도 벤처·스타트업 시장의 활성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묘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반적인 체질 개선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지만 업계 전체가 타격을 입을 경우 이제 막 자리 잡기 시작한 우리 경제의 미래성장 동력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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