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길을 걷다보면 반려견과 산책을 하는 이들을 자주 마주칠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영상들이 넘쳐난다. 이제는 반려동물로 함께 하는 개와 고양이의 수가 1,500만을 넘었다는 통계가 나온다. 2010년대 후반쯤 1000만을 돌파했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어느새 그 1.5배까지 성장한 셈이다.
자연스럽게 펫 관련 시장의 잠재력에도 주목이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를 무기로 여기에 뛰어드는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중인데, 생각보다 폭발력이 그리 크지 못하다. 무슨 이유일까.
펫 시장 규모의 가파른 성장은 필연적으로 높은 기대감을 가져왔다. 펫 헬스케어와 용품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이 대거 뛰어들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쏠리기 시작했다. 스타트업들은 시중 동물병원들과 협업하거나 ‘펫팸족’들을 공략하는 방향으로 진화했고, 높은 시장성과 기대감 속에 수백억 원대 투자유치에 성공한 곳도 나왔다.
때맞춰 급성장한 인공지능(AI) 기술에도 탄력을 받았다. 반려동물 사료를 자동으로 공급하는 것부터 빈집에 홀로 남은 반려동물을 관찰해 이상행동을 감지하는 펫케어까지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했다. 크로스 마케팅, 공동교차 상품·서비스 판매 등 다양한 사업제휴 및 협력을 목적으로 펫 스타트업 얼라이언스가 구축되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이들에게 이상 조짐이 발견되고 있다. 투자유치 소식은 현저하게 뜸해졌고 시장을 뒤흔들 새로운 서비스의 출현이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서비스 종료와 폐업 소식이 더 자주 들려오기 시작했다.
일단 시장 규모가 아직 크지 않은 데다 성장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여러 기관에서 추산하는 펫 시장 전체 규모는 4조원 가량인데, 이 중 동물병원과 반려동물 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우리가 아는 펫 헬스케어를 포함해 다양한 서비스들이 20%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반려동물 관련 용품의 경우도 여느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대형 e커머스 기업이 자연스럽게 독식함으로써 스타트업이 생존할 공간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애초에 상품들이 가진 특성이 유사하고 경쟁력에 차이가 크지 않아 마진 자체가 많지 않은 탓도 있다. 국내 상위권 펫 스타트업들이 대부분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무엇보다도 스타트업 스스로 문제를 야기하고 극복하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 펫 시장에서 각광받는 분야는 헬스케어인데 이는 일선 동물병원에 스타트업이 AI와 IT 기반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주로 이뤄진다.
대표적인 것이 검진 예약부터 사전 문진과 검진결과 전송 및 보고서 자동생성 기능 등을 갖춘 반려동물 건강검진 솔루션이다.
자료만 입력하고 사진만 첨부하면 보기 좋은 리포트가 자동으로 작성돼 수의사는 건강검진 후 리포트 작성의 수고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보호자의 이해도도 높일 수 있었다.
이와 동시에 건강검진을 통해 질병을 조기진단하면 진료비 부담이 줄고 반려동물의 복지와 건강에도 기여할 수 있어 보호자의 만족도 역시 높았다.
그러나 좋은 솔루션을 갖췄음에도 추가적인 투자유치에 실패하거나 안정적인 수익화로 이어가지 못하고 폐업하는 스타트업이 나오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데이터를 확보하고 솔루션의 개발을 이어나가야 하는데 재정적인 한계에 닿은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스타트업들의 서비스가 돌연 종료되면서 이들의 솔루션을 사용하던 동물병원들에게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갑작스런 서비스 종료 자체도 문제지만 미수금 정산이 지연되거나 불발된 사례가 적지 않다.
동물병원 입장에서 스타트업의 솔루션을 앞으로도 믿고 사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어느 업계나 한 차례 하락한 신용은 회복이 쉽지 않다.
물론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전쟁, 국내 정치적 사건 등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경제 활력이 사라져 모든 스타트업이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려동물 가구가 늘고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하는 데 반해 스타트업의 상황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지금까지의 어려움이 밑거름으로 작용해 펫 시장이 종국적으로는 스타트업의 연착륙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창업의 불모지가 될지 기로에 선 셈이다. 여기에는 수많은 외부 요인들이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스타트업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까지 놓치는 우를 범해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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