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 과기정통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 과기정통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을 대하는 태도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이끌어갈 5년의 비전을 보여주는 가장 단적인 지표는 다름 아닌 인선인데, AI 분야에서 연일 주목할 만한 인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특정 분야에 이 정도로 전문가들을 중용한 사례는 찾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이 같은 인선이 향후 가져올 정책적 성과에도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AI미래기획수석에 하정우 네이버퓨처AI센터장을 임명했다.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가 각각 지명되며 업계에서 전문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인사들이 정부 요직에 대거 안착하게 됐다.

대통령실은 하 수석에 대해 “국가가 기업을 지원하고 기업은 성과를 공유하는 AI선순환 성장 전략을 강조한 AI전문가”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하 수석과 투톱을 이루게 될 배 후보자에 대해서도 “AI 학자이자 기업가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 산업훈장을 받은 분”이라고 치켜세우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 후보자의 경우 네이버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중기부 육성 전략의 운영을 주문했다.

이같은 인사는 실무 경험과 기술 전문성을 갖춘 민간 출신 인재들을 중용해 기술 중심 국정운영과 민간 협력 기반의 AI 국가 전략 추진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AI 강국 실현에 대한 강한 의지와 방향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으로도 해석된다.

무엇보다도 AI미래기획수석이라는 직책이 신설되고 그 자리에 기존처럼 학계·관료 출신이 아닌 업계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발탁됐다는 점은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AI처럼 기술 발전이 곧 산업 경쟁력으로 직결되고 시장이 빠르고 복잡하게 진화하는 분야에서는 그 핵심을 꿰뚫는 산업 전문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보여주는 행보로 평가된다.

특히 AI 분야는 글로벌 동향과 세계 시장 상황에 대한 전방위적인 이해가 필수적이고 정책적 실효성과 미래 지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산업 현장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정우 대통령실 인공지능(AI)미래기획수석이 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소통 행보 2탄, 충청의 마음을 듣다'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정우 대통령실 인공지능(AI)미래기획수석이 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소통 행보 2탄, 충청의 마음을 듣다'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연하고 실질적인 정책 변화에 대한 스타트업·벤처업계의 기대감은 상당하다. 한 AI수석이 SOC, 인재 양성, 서비스, 글로벌 거버넌스 등 AI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전략을 강조해온 만큼 산재했던 규제 해소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 후보자의 경우 신사업 개척 경험이 풍부해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들에게 힘이 될 정책들이 나올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다. 

그동안 업계가 가장 크게 느껴온 아쉬움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었다. 현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반영하지 못하는 정책들의 개선을 줄기차게 요청해왔다. 

배경에는 산업의 특성을 잘 알지 못하는 정책 결정자들의 탁상공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업계 출신의 경험 많은 전문가들에게 기대가 쏠리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그렇기에 동시에 새 정부 첫 인선의 주인공들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에게 중책을 맡긴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따라와 줘야 앞으로도 이 같은 인선이 자연스럽게 정착될 수 있다. 

정부 또한 인물 발탁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과 조직적 뒷받침을 보장해야 한다. 

만약 이들이 마음껏 날개를 펴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결과를 내놓게 될 경우 이번 인선은 정부 이미지를 위한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나아가 현장을 모르는 학계·관료 출신들이 결정권을 갖고 정책을 집행하는 과거로 회귀하게 된다.

이번 인선으로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토대가 이제 마련됐을 뿐이다. 파격으로 받아들여지는 이 실험의 성공 여부에 실천하는 정부 아래 정책과 시장이 함께 진화하는 시스템 구축 여부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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