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구상 한창인 여·야 공약, ‘현실성 없는 빈 깡통’
전통-신산업 간 파열음 불가피, 협상 통한 공존 모색해야
차기 대통령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앞으로 25일 뒤면 새 대통령이 선출되고 새 정부가 출범하며 새 정책 기조 속에 대한민국의 방향이 결정된다.
이에 스타트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매 선거 때마다 요구와 제안을 거듭해왔지만 어느 하나 시원스레 수용되고 반영되지 못했던 전례를 이번만큼은 반드시 극복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최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차기 정부를 위한 스타트업 정책제안서(스타트업이 만드는 새로운 대한민국: 스케일업 코리아)를 전격 발행했다.
코스포 대외정책분과 공동위원장인 정지은 코딧 대표와 이현재 예스퓨처 대표를 중심으로 주요 회원사 대표 및 스타트업 관계자 그리고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한 정책 태스크포스(TF)의 결과물이다.
이들은 제안서에서 스타트업을 단순한 창업 주체가 아닌 사회문제 해결과 기술 기반 산업 혁신의 중심축으로 규정하고 차기 정부가 민간의 혁신 역량을 적극 활용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을 요청했다.
조기 대선 과정에서 스타트업을 국가 미래 전략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과 장기화하는 경기침체 등 쉽지 않은 환경 속에 스타트업이 비즈니스 모델의 다각화, 고용 창출, 세수 확대, 사회적가치 실현 등 국가 경제 전반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
이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신산업의 질적 성장을 지원하고 민간 기술과 공공혁신이 연결되는 디지털전환 생태계 구축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게 코스포의 설명이다.
차기 정부가 스타트업이 정책 및 규제 설계 과정에서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소통 창구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대선’과 같은 이벤트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제안을 하고 검토를 받는 통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스포에 이어 스타트업얼라이언스도 혁신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제안서를 내놓으며 협공에 나섰다. 이들은 차기 정부가 중점 추진해야 할 6개 핵심 주제(AI/플랫폼/노동/네트워크/투자/기후테크)를 제시했다.
제안서는 과도한 규제 우려가 있는 AI기본법을 진흥 중심으로 개선할 것과 데이터 정책과 연구개발(R&D) 예산 집행 등을 통합 수행할 수 있는 범정부 컨트롤타워 구축을 주문했다.
동시에 스타트업의 경영 환경을 고려한 노동시간 유연화, 인수합병(M&A) 및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등을 골자로 한 민간 투자 재원 확대 방안도 제시했다.
이외에도 플랫폼 산업 육성, 망 사용료 제도 개선,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 등을 강조했으며 글로벌 유니콘 중 절반가량이 플랫폼 기업임이라는 점을 들어 국회에 쏟아지고 있는 플랫폼 규제 법안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벤처기업협회도 팔을 걷어붙이고 측면 지원에 나서는 모습이다.
벤처·스타트업 육성을 경제정책의 최우선으로 하는 이른바 ‘스타트업 선발투수론’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혁신산업 금융유동성 강화와 근로시간 유연화, 규제혁신 기준국가 도입을 3대 핵심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이처럼 업계가 입을 모아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승승장구하던 창업 시장은 코로나19에 크게 꺾인 이후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투자가 줄고 폐업은 느는데 새로운 창업은 감소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애초부터 한국 스타트업계는 정부의 주도와 지원 아래 민간이 협력하는 형태로 발전해 온 만큼 현재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 역할이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간 정부가 정치적 이슈에 함몰돼 있는 동안 매 선거 때마다 업계의 목소리는 사실상 묵살돼 왔다. 정당과 정치인들은 수많은 크고 많은 약속을 다짐했지만 실제 결과물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시피 하다.
이번 선거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트렌드인 AI를 둘러싸고 여야 후보들이 잇따라 공약을 내놓고 있다. ‘AI 기본사회’부터 AI인프라·생태계 구축에 200조원 투입, AI유니콘 지원을 위한 100조원 펀드 조성과 청년 인재 20만명 양성 등 저마다 장밋빛 구상이 한창이다.
이는 현실성 없는 빈 깡통 같은 공약에 가깝다. 올해 AI 관련 예산은 추가경정예산으로 2배로 올렸음에도 3조6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대통령 5년 임기 내내 쏟아부어도 20조원이 되지 못하는데 100조원, 200조원 투입을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현실적이지도 못하고 재원 마련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없다. 스타트업계에 대한 정치권의 빈곤한 인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업계의 유일한 선택지는 더 뭉쳐 대안을 제시하고 요구사항을 내놓는 것뿐이다. 모든 것은 단시간에, 또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혁신성을 앞세워 시장에 등장한 스타트업이 고생길을 겪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전통 산업이 장악하고 있는 공간에 신산업이 등장했을 때 충돌과 파열음은 불가피하다. 협상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 더 나은 옵션을 갖고 설득하고 또 설득해야 한다. 정부를 향한 업계의 움직임 또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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