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중반 창업 붐 이래로 스타트업은 패기와 기술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자본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편견 아닌 편견이 배경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스타트업도 몸값이 엄청난 연예인이나 셀러브리티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막대한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이같은 움직임이 두드러지는데, 이를 둘러싸고 다양한 시각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다양한 스타트업이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타깃층 소비자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이다. 실제로 연예계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거나 개성이 뚜렷한 연예인들을 광고 모델로 내세워 효과를 거둔 사례는 적지 않다.
정상급 배우로 꼽히는 김혜수를 기용한 명품 거래 플랫폼 발란은 해당 분기 거래액 2천억원을 돌파해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투자 서비스 ‘핀트’ 운영사 디셈버앤컴퍼니는 배우 전지현을 앞세우면서 신규가입과 계좌 개설이 각각 107%와 125% 증가했다.
배우 이정재가 모델로 나선 번개장터는 월 거래 180만건을 넘어섰고 가수 박재범을 영입한 클래스101은 이용자 수가 20% 증가했다.
뮤직카우는 뮤지션인 윤종신·이무진·선미 등을 통해 시너지를 내면서 회원 수가 80% 폭증했고 브랜드 인지도 역시 40% 가까이 상승했다. 현재는 개인적 이슈로 이미지가 추락했지만 배우 유아인을 통해 무신사와 삼쩜삼이 거둔 성과는 이미 유명하다.
최근 들어서는 스타트업의 광고 전략이 자사 서비스에 맞게끔 톱스타들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 또한 눈길을 끈다.
서비스 10주년을 맞은 핸드메이드 플랫폼인 아이디어스는 데뷔 10주년인 가수 ‘악뮤’의 이수현을 모델로 발탁해 시너지를 꾀했고, 중고차 앱 서비스인 헤이딜러는 남들의 시선이나 사회적인 틀에서 벗어나는 주인공을 주로 연기했던 배우 수지와 이정은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도전했다.
광고 전문가들은 연예인을 활용한 마케팅은 소비자와의 감성적 연결을 강화하고 짧은 시간 안에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유명 연예인의 이미지를 차용해 신뢰성과 호감도를 높이는 동시에 제품의 초기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많은 스타트업이 애를 먹기 마련인 인재 영입에도 큰 도움이 된다. 아무도 모르는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유명인을 앞세우면 상대적으로 빠르게 관심을 끌 수 있다.
높은 비용이 문제지만 적어도 단기간에 강력한 인지도 효과는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이는 스마트폰 기반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다양한 마케팅 채널이 등장했지만 전통적인 대중 매체인 TV 광고가 여전히 힘을 갖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B2C 기반 스타트업들은 매스 미디어 마케팅이 이용자 확보에 아직은 유리하다. 스타트업은 일정 한도 이내에서 제작비의 최대 50%까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고, 이와 별도로 지상파 및 종합편성채널로부터 방송광고 송출비를 최대 70%까지 할인받을 수 있는 혜택도 있다.
이 모든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스타트업계의 속도감 속에 이뤄지고 있다. 과거 스타트업들은 연예인 모델을 영입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 자금이 부족할뿐더러 그만한 회사의 규모가 되지 못한다고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스타트업의 성공 지표로 여기는 시각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대규모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이 늘어나면서 마케팅 예산 규모도 달라졌으며, 비슷한 서비스들의 홍수 속에 단숨에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수단으로 연예인 광고가 각광받는 모양새다.
무엇보다도 이 같은 광고 전략을 통해 성과가 드러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스타트업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물론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어렵게 유치한 투자금을 값비싼 광고에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R&D와 인재 영입, 사원 복지 등 내실을 갖추는 데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혁신적인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의 본질을 뒤로 하고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나뉜다. 연예인 광고를 할 정도로 회사가 성장했다는 자부심을 갖는 이들이 있는 반면 복지에 아쉬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결국 정답은 없다. 시간이 생명인 스타트업에게는 빠른 인지도 확산이 필수고 연예인 광고는 여기에 부합한다는 의견, 화려함만을 앞세운 성장은 지속 가능성이 낮고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는데 양쪽 모두 일리가 있다.
그래서 스타트업 입장에서 연예인과 셀럽을 통한 마케팅은 스스로의 선택이고 여기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유명인의 이미지를 활용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과 그저 기대서 막연히 기다리는 것은 그 결과가 엄청나게 다를 수밖에 없다.
연예인의 유명세를 통해 호기심으로 한 번 접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는 제품·서비스인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광고 효과를 지속적으로 기대할 수 있고 자사의 철학과 부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동시에 유명인의 이미지에서 비롯되는 리스크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 또한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자사의 역량을 냉정히 평가하고 목표를 확고하게 지켜나가야 한다는 점은 기존 산업의 기업들과 스타트업 모두에게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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