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주기와 제도의 괴리, 지속성장 위한 제도적 전환 필요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찾아왔다. 올해도 많은 이들이 산으로 바다로 혹은 해외로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꽉 막혀있던 수요는 그 이전을 진작 넘어서서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그런데 대목이어야 할 관광 스타트업들의 상황은 왜 좋지만은 못한 걸까.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관광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은 양적으로 보면 결코 부족하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2011년부터 관광 스타트업에 자금·입주공간·멘토링 등을 지원하는 관광벤처 육성사업을 계속해오고 있다.
광역·기초지자체들도 매년 공모를 통해 지역 내 관광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갖가지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관광벤처 육성사업은 올해만 해도 1,112개 기업이 지원해 8: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여전히 업계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관광 스타트업 상당수가 창업 3~7년차 이른바 ‘데스밸리’ 단계에서 사업을 유지하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거나 업종을 전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스타트업 지원 사업은 대체로 1-2년차 예비·초기, 3-7년차 중기, 7년차 이상 등으로 구분해 이뤄지는데 연차가 높아질수록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나 자격의 허들이 올라간다.
문제는 많은 관광 스타트업들의 ‘생애주기’가 다른 스타트업들과 조금은 다르다는 점이다. 관광업은 투자 후 수익 회수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고 기술집약적이 아닌 노동집약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실질적 사업화 연한이나 외부 변수 등 고려할 것이 적지 않음에도 기존의 틀에 맞춘 지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이면서도 관광업인 탓에 모호성이 존재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관광 스타트업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기준도 일관되게 구축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술 기반 혁신을 요구하는 일반 스타트업 기준과 전통적인 관광 서비스 기반 기업이 동시에 적용되며 정체성 혼란이 있다. 관광 관련 법률 체계가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에 노후화된 분류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1인 온라인 여행사 등 새로운 형태의 사업모델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는 만큼 분류 체계도 시대에 맞게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지자체 위주의 관광 플랫폼 제작이 대부분 일회성 사업에 그치고 있어 스타트업이 자체 경쟁력을 키우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 차례 기획해서 실시한 프로그램이나 지원사업을 철저하게 분석·평가해서 고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대체로 그때그때 유행에 휘둘리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서다.
실제로 지자체는 소위 대박나는 콘텐츠 하나만 있으면 사람이 몰릴 것이라 착각하곤 해서 ‘제작-방치-폐기’로 이어지는 비효율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역 고유의 스토리를 발굴하고 그것을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분명 어떤 지역에서 성과가 증명된 모델이 다른 지역에서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지는 사례가 있는데, 이는 이해도와 역량 부족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과 지자체 모두 기초 소양과 실무 중심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정책 실효성을 도모할 수 있다. 최근 열풍인 디지털전환이나 AI 접목부터가 그러하다.
결국 관광 스타트업의 정의와 인증체계를 명확히 하고 창업자에게 제도적 예측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는 토대부터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IT 중심의 다른 산업과 달리 관광이 가진 지역성·융복합성·서비스성 기반의 차별화된 정책 마련하는 것은 물론 사후관리 강화 및 민간 투자 연계 등을 통해 단기적 성과보다 지속가능한 성장에 초점에 맞출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짧은 호흡의 정책성과에 급급해 기업의 성장 생애주기를 고려하지 못하는 구조를 개선하고 관광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지원제도와 법·제도적 뒷받침이 병행돼야 한다.
관광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신속한 엑싯이 어려워 민간 투자 유치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보다 폭넓은 투자유치를 지원하는 제도를 고민함으로써 시장 리스크를 일정 부분 보완할 필요도 있다.
관광이 경제적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인식되도록 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정부가 중심을 잡고 관광업을 수출 산업이라는 기조를 확립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와 함께 만들어진 각종 관광 관련 법규들도 현재 시점에서는 맞지 않은 것들 투성이다. 이를 현실적으로 개선해 스타트업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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