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문닫은 스타트업 88개, 유망 스타트업 폐업 사례도
‘투자 절벽’ 구간서 좌절 사례도…구조적 안전망 갖출 때

[source=startupdo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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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이어져 온 경기침체 국면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기대감이 깃들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면서다.

하지만 스타트업계는 아직까지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폐업률은 줄어들지 않고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토대가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투자 분석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폐업한 스타트업은 총 88곳이다. 경기 침체가 시작된 2022년 101곳을 시작으로 2023년 125곳, 지난해 191곳으로 계속 늘고 있다.

올해는 아직까진 지난해 절반 수준이지만 매해 연말 폐업 수가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전년도 수준이나 그 이상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바이오·의료·헬스케어가 9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게임·교육 8곳, 여행·보안 7곳, 콘텐츠·뷰티 6곳, 금융·외식 5곳, 광고마케팅 4곳, 모빌리티·부동산·쇼핑·유아 3곳 등으로 고르게 나타났다. 

바이오·의료·헬스케어 분야는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대거 신약 개발 등 해당 사업에 진출하기 시작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 분야는 정부의 AI교과서 도입이 난항을 겪으면서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겪었다. 

게임의 경우 모바일 중심의 국내 게임 시장이 역성장 국면에 접어든 데다 중국산 게임의 공세가 겹치면서 신생 게임사의 생존 가능성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폐업한 스타트업 중 92%가 초기투자 기업인 것도 눈길을 끈다. 이들은 직전 투자 라운드가 모두 초기 단계였으며 시드투자 유치 후 폐업한 곳이 69%로 가장 많았다. 업력별로는 전체 88곳 중 61곳이 업력 3년 이하의 초기 기업이었다. 

팁스(TIPS)에 선정된 스타트업 중에서도 폐업한 경우는 전체의 26%인 23곳이었다. 팁스 선정 스타트업의 폐업 비중은 2022년 16%, 2023년 17%, 지난해 20%로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 잠재력을 보유했다고 인정받았음에도 폐업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 5년 간 특허 출허 19건에 누적 214억원의 투자유치를 기록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스프링클라우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초기투자를 유치하고 야심차게 사업을 펼쳐오던 유망 스타트업의 폐업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데는 이른바 ‘투자 절벽’ 구간에서의 높은 생존 난이도가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전체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455건이고 금액은 약 2조2403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37.6%와 26.9% 감소했는데, 특히 초기 단계인 시드 단계 구간 투자 위축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시드투자 건수는 592건에서 338건으로 42.9%, 투자 금액 역시 33.4% 감소했다. 

이와 달리 시리즈C 이상의 후기 단계 투자의 경우 소폭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면서 투자 자금이 일부 기업에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초기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은 사업의 성장을 위해 인력과 마케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곧바로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추가 투자유치에 실패할 경우 급격한 어려움에 직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초반 위기를 넘기고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내실이 무너지면서 서비스 종료와 가까워지게 되는 셈이다. 과거에는 창업 초기 투자를 받으면 높은 평가가 따라왔으나 이제는 오히려 투자 후에 진정한 위기가 찾아오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후기 단계 스타트업에 몰리는 투자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타트업계의 성장을 지원하고 견인해 온 정부 정책 역시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의 기관들의 정책 금융은 창업 3년 이하 혹은 매출액 기준 20억원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시드투자 이력이 있는 스타트업은 오히려 고평가 기업으로 분류돼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10년 간 정부 정책은 창업을 장려하고 다양한 지원을 늘려오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육성과 지원을 통해 자립도를 이제 막 갖추고 야생으로 발을 내딛는 스타트업을 받쳐줄 안전망은 느슨하다. 시작을 돕는 정책을 넘어 끝까지 버텨내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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