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없는 약속 되풀이, 공개 이벤트 후 실망감 반영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 부지에서 열린 테슬라 로보택시 행사에서 공개된 사이버캡 [사진=AFP통신]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 부지에서 열린 테슬라 로보택시 행사에서 공개된 사이버캡 [사진=AFP통신]

테슬라의 로보택시 공개가 실망감으로 마무리됐다. 올 가을 가장 관심받는 이벤트로 꼽혔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한 것이다. 공개 이벤트 후 실망감이 반영되며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의 시가총액 순위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로보택시 공개로 관심을 모은 테슬라 ‘위, 로봇’ 행사 등장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자율주행 로보택시 사업을 위한 ‘사이버캡’을 소개했다.

10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인근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 부지에서 공개된 사이버캡은 2도어 2인승 차량으로, 운전대, 브레이크/가속 페달 등 사람의 운전 조작을 위한 모든 장치들이 제거된 ‘탑승’만을 위한 공간이 제공돼 자율주행 차량임을 뚜렷하게 보였다.

배터리 기반 전기차(EV)이지만, 완전 무선충전 방식을 채택해 충전을 위한 케이블까지 제거한 점도 눈에 띈다.

머스크 CEO는 “사이버캡은 자율주행 교통수단으로 최적화됐다”고 자신감을 피력하면서 “낙관적인 견해이지만, 2027년 이전에는 대량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머스크 CEO는 사이버캡의 예상가격으로 3만달러(약 4천만원) 이하를 제시했다.

사이버캡과 동시에 대형운송이 가능한 ‘로보밴’도 발표했다. 로보밴은 최대 20명이 탑승가능한 자율운행 EV 차량으로, 사이버캡과 마찬가지로 무선충전을 지원할 예정이다.

무선충전은 유도충전 방식을 통한 완전 무인화를 위함이다. 충전이 필요할 때 차량 스스로 충전소까지 이동하고, 플러그를 꽂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차량이 지정된 위치에 정차하는 것만으로 충전까지 사람의 개입없이 완료할 수 있다. 

화려한 행사가 마무리됐지만 공개 후에는 실망감이 지배했다. 자율주행을 언급하면서 로보택시 시대를 언급한 머스크 CEO의 10년 전 비전과 마찬가지로 ‘약속’만이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머스크 CEO는 2027년 이전, 즉 2026년 대량생산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이는 그의 말 그대로 ‘낙관적’인 예상일 뿐 생산일정의 명시가 아니다. 10년 전 ‘3년 이내 스스로 주행하는 로보택시의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란 머스크 CEO의 발언에서 크게 나아간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사이버캡의 실체는 공개됐고, 머스크 CEO는 20대 이상의 시제품 차량을 보유하고 있음도 밝혔다. 하지만, 전적을 고려하면 2026년 대량생산이란 머스크 CEO의 낙관적 전망이 그대로 실현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2019년 디자인이 공개된 사이버트럭의 경우, 대량생산과 고객인도는 지난해 하반기에 시작됐다.

실제로 사이버캡을 위해서는 완전자율주행에 대한 규제당국의 승인 획득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율주행 레벨2 수준으로 평가받는 오토파일럿 기능을 탑재한 테슬라 차량은 2021년 이후 1,399건의 사고에 연관돼 미국 교통안전청(NHTSA)의 집중적 조사를 받고 있다. NHTSA에 따르면, 1천여건에 달하는 오토파일럿 사고 중 31건은 사망사고였다. 

자율주행 레벨3(조건부 자동화)으로 평가받는 테슬라의 FSD도 사람의 개입이 없는 자율주행에 대한 승인을 획득하지 못한 상황이다. 자율주행 레벨3는 시스템이 대부분의 상황에서 주행을 담당하고, 특정 상황에서만 사람이 운전하는 단계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

현재 테슬라 FSD는 인간의 감독이 필요 없는 단계에 대한 규제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 이와 관련 머스크 CEO는 사이버캡 공개 행사에서 “내년 모델3와 모델Y에 사람의 감독이 필요없는 FSD를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서 운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전대, 페달 등이 존재하지 않는 사이버캡을 위해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의 개입이 필요없는 완전자율주행(레벨5)가 필요하지만, 현재 테슬라가 획득하고 있는 규제 승인 수준을 고려하면, 완전자율주행까지의 길이 멀어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사이버캡 행사에서 머스크 CEO가 내년 승인을 기대한 FSD 단계도 사람의 개입이 전혀 필요없는 완전자율주행 단계는 아니다. 

사이버캡 행사 후 혹평이 쏟아졌다. 특히 구체적 일정 발표가 없다는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전 테슬라 제품 공개와 마찬가지로 이번 행사에서도 세부 정보가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제기된 것이다. “사이버캡 공개보다 FSD의 비전만이 강조된 행사”라는 혹평도 나왔다. 

구체적 생산 일정도, 생산지나 초기 생산량 예측도 없는 공허한 발표에 대한 실망감은 주가하락으로 드러났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테슬라 시총은 6,957억달러(940조2385억원)를 나타내며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8,392억달러)에 이어 시총 순위 11위에 자리했다.

로보택시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달 1일까지만 해도 테슬라의 시총은 8,242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벤트 후 진행된 주식시장에서 테슬라 주가는 9% 가까운 급락(-8.78%)을 나타냈다. 연초 이후 테슬라 주가는 10% 이상(-12.35%) 하락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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