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빅테크 모델 환경 벗어난 저비용·고성능 AI 실현으로 주목

컴퓨터 모니터에 표시돼 있는 중국 AI스타트업 딥시크 로고 [사진=EPA]
컴퓨터 모니터에 표시돼 있는 중국 AI스타트업 딥시크 로고 [사진=EPA]

2022년 말 등장한 오픈AI의 챗GPT(Chat GPT)는 인공지능(AI)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에 충격을 받은 세계 각국의 IT기업들은 저마다 각자의 생성AI 서비스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헌데 최근에는 챗GPT를 위협할 강력한 후발주자가 서구권이 아닌 중국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유학파도 아닌 중국 본토의 공대 출신 젊은이가 만들어낸 ‘딥시크(Deepseek)’ 이야기다. 

국가 특유의 정보 통제 등 한계가 뚜렷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 투입에 강력한 성능을 가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를 두고 국내에서는 기술력만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과 동시에 급성장한 중국 기술력이 우리에게 위협이 될 것이란 우려가 함께 나온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딥시크 V3 모델은 서구권의 대규모언어모델(LLM) 모델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을 증명하면서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개발 비용이 단 80억원 정도 투입됐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간 수천억원대의 비용을 들여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축적해야만 고성능 AI를 개발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지난달 공개된 딥시크 R1의 경우 강화학습 기법만으로도 획기적인 추론 성능을 얻어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존의 오픈AI o1 모델과 비교해 언어·수학·코딩 등의 부문에서 경쟁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음에도 최대 90% 이상 저렴한 개발 비용에 세계는 주목했다. 

이는 최적화 기술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고성능 모델을 구현함에 있어서 그렇게까지 엄청난 양의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딥시크는 전세계에 범용인공지능(AGI)을 오픈소스로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면서 자신들이 생산한 각종 모델들과 관련 논문들은 제한 없이 배포하고 있다. 어느 정도 폐쇄성이 있는 서비스 형태를 가진 ‘오픈AI’와 비교해 진정한 ‘오픈 AI’라는 말도 나온다.

딥시크의 초반 성공과 높은 주목도는 한국의 IT기업들과 AI스타트업들에게도 일단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네이버·카카오를 비롯한 IT·AI서비스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은 것도 이 같은 기대감의 반영이란 분석이다. 

무엇보다 ‘가성비 갖춘 AI’의 가능성이 증명된 부분이 가장 커 보인다.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한 모델 경쟁이 핵심이었던 AI 산업 트렌드가 점차 실용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형태로 변화하는 추세가 엿보여서다.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된 딥시크와 챗GPT 아이콘 [사진=EPA]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된 딥시크와 챗GPT 아이콘 [사진=EPA]

이제는 자본력보다 기술력과 창의성이 더 중요한 경쟁력일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고,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도 얼마든지 개발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기존 미국 중심인 빅테크의 AI 모델을 이용하는 비용이 워낙 막대했던 터라 저비용·고효율  LLM의 등장을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산업 전반적으로 AI의 활용도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용 부담이 크게 낮아질 것이란 기대감이다. 실제로 국내 스타트업 상당수는 AI 모델을 활용한 상업 서비스를 만드는 분야에 집중돼 있다.

비용이 낮아지고 개발 경쟁이 붙으면 AI의 활용도가 다변화되면서 서구 일부 기업의 독점적 지위 또한 옅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국내 스타트업의 서비스 다각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딥시크의 출현이 한국 IT업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전망 또한 없지 않다. 이미 반도체와 하드웨어, e커머스 분야에서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일부는 추월을 당하는 상황에서 AI소프트웨어 분야마저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것이다.

한국은 만성적으로 개발자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 핵심적인 역량을 지닌 인재들의 유출이 지금도 심각한 수준이다. 딥시크를 계기로 중국의 AI서비스 개발 속도가 가팔라지고 인력 유입이 가속화되면 이같은 인재 유출도 심화될 우려가 있다.

결국 이번 딥시크 신드롬을 통해 한국이 갖춰야 할 대응 전략은 자명하다. 몸집이 작은 개별 스타트업이 자사 서비스에 AI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동시에 덩치 큰 IT기업들은 자구적인 서비스 개발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정부를 중심으로 인프라 구축과 함께 관련 정책과 규제를 살펴보고 다듬는 과정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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