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양자 분야 핵심 기술 접근 제한, 美·中 갈등 격화 우려
미국 정부가 중국과 이란, 파키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기업 및 기관 80곳을 수출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첫 번째 수출 블랙리스 발표에서 중국 기업이 다수 포함된 것인데, 이번 조치로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발표 이전 업계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직접적인 대중 수출 규제 강화보다 중국으로의 우회수출 방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직접적인 수출 제한을 확대를 통해 중국의 인공지능(AI) 굴기 억제에 나선 것이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중국을 포함해 아랍에미리트(UAE), 남아프리카공화국, 이란, 대만 등 80개 기업·기관을 미국 국가 안보 강화를 위한 엔티티 목록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2018년 수출통제개혁법과 수출행정규정(EAR)은 엔티티 리스트에 등재된 기업·기관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 허가를 획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BIS는 목록의 목적을 ▲중국 공산당의 군사적 목적 고성능·엑사스케일 컴퓨팅 역량 강화·양자 기술 획득 방지 ▲중국의 초음속 무기 프로그램 개발 억제 ▲이란의 무인항공기(UAV)와 관련 방어 품목 획득 방지 등을 들었는데, 주로 중국에 대한 규제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BIS는 이번에 80개 기업을 추가했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54곳이 중국 기업·기관이다.
구체적으로 중국 군산복합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13개 기업이 추가됐으며, 중국의 군 현대화와 관련된 27개 중국 기업과 중국의 양자 기술 역량 강화를 도운 7개 기업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화웨이, 하이실리콘 등 엔티티 리스트 등재 기업에게 제품을 판매한 2개 중국 기업도 추가됐다.
제프리 케슬러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보는 이번 리스트 추가에 대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지점에서의 미국 기술 오용을 방지하려는 분명하고 강력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저비용 AI 모델로 전세계에 충격을 안긴 딥시크 쇼크가 촉발했다는 견해도 있다. 각종 제한조치에도 AI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기술격차를 좁히고 있음이 확인되면서 더 강력한 첨단 기술 보호 조치를 추진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의 강력한 제한 조치를 받고 있는 화웨이도 지난해 7나노(nm)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고, 스마트폰 시장에 재진출하면서 반도체 규제 무용론까지 불거지게 했다.
이에 미국 정부가 수출 제한 조치를 확대하는 동시에 더 촘촘하게 우회 경로를 차단해 규제 실효성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리스트 추가에 화웨이 등 기존 블랙리스트 기업에 대한 제품공급 기업들이 포함된 점은 우회경로 차단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번 조치에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미국 정부의 수출 제한 확대를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안보의 일반화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시장 예상을 넘어서는 강경한 조치에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더 강한 규제로 인해 미·중 갈등이 증가하고, 시장 위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를 하락시킨 것이다.
BIS의 엔티티 리스트 확대 발표 이후 엔비디아가 장 중 6% 넘게 하락하는 등 반도체 주식 전반에 한파가 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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