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출범 후 정책 대가 요구
정책 연속성에 의문, 불확실성 증대

팀 쿡 애플 CEO가 미국 제조업에 1천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한 이달 6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팀 쿡 애플 CEO가 미국 제조업에 1천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한 이달 6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7개월이 지난 현재 ‘페이미 캐피탈리즘(Pay-Me Capitalism)’의 시대가 도래했다. 미국 악시오스는 ‘트럼프의 미국에서는 모든 것에 비용이 따른다’면서 이를 ‘페이미 캐피탈리즘’이란 용어로 정의했다.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지 불과 7개월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존의 자본주의 사상과 결별하고 경제에 대한 극단적 개입과 대가를 요구하는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적은 규제와 친기업 정책은 미국 공화당이 내세워왔던 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시 친기업적인 인물로 평가됐되며, 이는 친환경 등 규제 철폐와 적극적 감세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정부에서는 이에 대해 대가를 요구하는 파격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에게는 중국 수출규제를 풀어주는 대신 중국향 매출 중 15%를 미국 정부에 지불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인텔의 경우에는 칩스법의 투자 보조금의 대가로 기업 지분 10%를 확보하면서 최대 주주가 됐다. 

전임 조 바이든 정부 시절 국가안보를 이유로 무산됐던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승인하며 핵심 사항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소위 ‘황금주’를 미국 정부가 확보했으며, 희토류 기업 MP머티리얼스도 정부의 투자 대가로 기업 지분 15%를 얻어내 미국 정부가 최대 주주에 올라섰다. 

이외에도 제약 기업들은 제품 판매 방식을 변화를 요청받고 있으며 무역 협정에서는 외국인 투자를 트럼프 대통령이 선정하도록 한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심지어 트럼프 정부 정책에 대한 기업의 지지, 홍보 노력을 평가한 평가표를 백악관이 작성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즉, 기업의 관세 수용은 물론 대통령이 원하는 지역에 공장을 설립하는 등 트럼프 정부의 우선순위와 기업 경영의 우선순위 일치 등을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한 대가로 요구하는 것이며, 사실상 미국 무역 정책이 화폐화라고 말할 수 있다. 

뉴욕타임즈(NYT)는 ‘국가관리자본주의’의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기업 경영에 직접 개입해 이익을 추구하는 국가관리자본주의의 전형적 형태라는 것으로, 마치 중국·러시아와 같은 모습으로 미국 경제가 변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중국·러시아 등의 국가 관리 경제는 서구권에서 비판하는 경제 체제로, 중국 투자의 위험성 중 하나로 지적되던 부분이다. 

일례로 애플은 미국에 대한 5천억달러 투자를 약속했지만, 인도 생산 증가 계획이 알려지면서 트럼프 정부로부터 스마트폰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압박을 받았다.

팀 쿡 애플 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로 건넨 기념패 [사진=로이터]
팀 쿡 애플 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로 건넨 기념패 [사진=로이터]

이 압박은 팀 쿡 CEO가 백악관에 방문해 1천억달러의 추가 투자를 약속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순금 받침대로 장식된 기념패를 선물한 이후에 해제돼 스마트폰 관세 면제가 발표되는 등 국가 관리 경제의 위협적 모습도 나타냈다. 

이같은 모습들은 불확실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애플 기념패 외에도 대통령 전용기, 올림픽 메달, 챔피언 벨트 등 윤리적 논란으로까지 연결되는 선물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는 대통령의 기분에 따라 언제든 정책이 변화할 수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문제제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치 미국이 독재정권 국가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이다.

나아가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규칙의 불확실성도 지적된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경제 위기를 이유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초법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데, 이의 법적 타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위 ‘상호관세’도 마찬가지다. 미국 법률상 관세 부과는 의회 권한 침해라는 주장이 제기되며, 현재 이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무역합의를 파기하고 새로 맺은 무역협정이 모두 무효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에는 트럼프 정부의 임기도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이다. 교통법규 등과 달리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규칙들은 민간 기업과의 연관성을 지니기 때문에 차기 정부에서 정책 연속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특히 기업 지분 인수와 같은 적극적 개입 정책은 기존 기업 투자자들의 이익 침해 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강력한 트럼프 비판자 중 하나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인텔의 지분 인수에는 공개적 지지 의사를 표시했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고 칭하면서 부(富)의 재분배를 강하게 주장하는 샌더스 상원의원은 여러 부분에서 트럼프 대통령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보조금 등 정부 예산 투입에 대한 이익은 당연히 납세자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샌더스 상원의원의 공개 지지를 표명하면서 설명한 이유다.

물론 샌더스 의원은 관세나 지분 확보 등을 통한 정부의 세수 증대분을 의료 등 보편 복지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트럼프 정부와는 확연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으나, 정치적 대척점에 있는 샌더스 의원의 공개 지지는 정부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의 고민을 더욱 짙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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