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스타트업 ‘맞손’, 아이디어 ‘찾고’ 상용화 ‘파란불’ 윈윈
중견기업 참여 유도 등 정부 ‘소통창구’ 역할 기대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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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돌파하기 위한 무기로 오픈이노베이션이 대세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개방형 혁신)은 대·중견기업의 자본과 인력에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순발력·유연함이 합쳐져 혁신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작업이다. 

서로의 장점을 모으고 단점을 상쇄하는 것으로,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적극 나서면서 도처에서 협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성과도 서서히 나타나는 중이다.

다만 더 많은 중견기업의 참여 확대와 스타트업의 글로벌 역량 제고는 여전히 숙제로 지적된다.

오픈이노베이션의 개념은 21세기 초반 미국에서 첫 등장했다. 미국 UC버클리대의 헨리 체스브로 교수가 그 주인공으로, 그는 기업과 대학교에서 각기 경험한 기술혁신에 대한 인식 차에서 답을 찾아냈다. 

외부에서 기술과 아이디어를 조달하고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당시 기업들이 폐쇄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각자의 기술 고도화에 몰두하면서 경쟁하던 시대였다. 하지만 서로 규모와 성격이 다른 기업 혹은 집단들이 힘을 합쳐 도전에 나섰고, 집단지성을 활용한 문제해결 또는 아이디어 습득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창업 붐이 일면서 자연스럽게 오픈이노베이션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최근 SK, LG, 롯데 등 유수의 대기업들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많은 스타트업들과 속속 손을 맞잡고 있다. 

스타트업과 함께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후속 투자유치 기회까지 제공하며 상생협력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를 잘 보여준 것이 지난달 중기부가 개최한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 간 오픈이노베이션 공동수행 업무협약식이다. 

LG이노텍, 롯데건설, GS건설, 한국전력공사, 풀무원 등 31개 수요기업은 63개 협력 스타트업과 상생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통한 추가투자 등을 약속했다. 통상적으로 6개월 안팎으로 설정되는 협약기간 후에도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협업을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중기부는 2020년부터 민관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지원사업을 통해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업 분야 발굴을 유도했다. 점점 많은 대기업들이 수요기업으로 참여해 스타트업과 새로운 기술·서비스 개발에 힘을 모으기 시작했고 정부는 기술검증과 시제품 제작 등을 위한 사업화 자금을 지원했다.

2년 만인 2022년 오픈이노베이션 지원사업에 참여한 기업은 60개사까지 증가했다. 협업의 성과는 매출 177억원과 투자유치 51억원, 업무협약·라이선스 계약 33건 체결 등으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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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례에서 스타트업 보유 기술과 이를 시험해 볼 대기업의 자본, 실증 인프라가 더해진 것이 성과 창출 배경으로 꼽힌다. 여기에 장기간 상생협력을 지속함으로써 후속성과를 이어가고, 대기업은 연계된 CVC 자본으로 스타트업에게 자금조달 기회도 제공한다.

오픈이노베이션의 효능을 확인한 지방자치단체도 움직였다. 대구시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이번 달 개최한 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 밋업 행사에는 선도기업 15개사와 스타트업 49개사가 참여했다.

대구시는 협업을 통한 성과가 선도기업의 혁신과 스타트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참여규모와 협력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밋업 이후 협업과제 고도화를 위한 기획지원과 실증지원으로 이어지는 연계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지역 내 창업 생태계의 활성화로 이어지게 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외국인 창업가들까지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유도하기 위한 노력도 엿보인다. 중기부는 국내 외국인 창업가들을 대상으로 경남·울산·전북·충북 등 4개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각 지역의 창업 생태계를 소개하고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맞춤형 교육·멘토링, 투자유치 지원 등 지역 창업지원사업을 안내할 예정이다.

서울경제진흥원(SBA)는 최근 한·중·일 3국의 상호 간 투자와 오픈이노베이션을 촉진하는 ‘2024 마곡 글로벌 위코노미 스타트업 챌린지’를 열고 3개국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투자자들까지 초청해 국제적 협업의 장을 마련했다. 

오픈이노베이션이 국내외적으로 활발히 진행되면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도 없지 않다. 

우선 중견기업의 참여가 아직까지는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오픈이노베이션에 참여한 중견기업 비중은 3%에 불과하다. 인지도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정보가 부족해 오픈이노베이션 기회를 잡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중견기업-스타트업 간 소통 및 연결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오픈이노베이션에 대한 중견기업의 인식 변화와 적극성도 요구된다.

스타트업의 경우 글로벌 역량을 더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스스로의 역량 강화와 함께 대기업과의 협력모델 발굴과 이를 통한 경험 축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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