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와 딥시크가 쏘아 올린 생성AI가 인공지능(AI) 시대를 주도하면서 그에 따른 전력 수요가 치솟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들의 움직임도 커지면서 이는 앞으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근대화 이래 석유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데이터 전력이 새로운 무기 자원으로 떠오른 셈인데,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확보 경쟁이 시작된 가운데 AI 강국을 꿈꾸는 한국에서도 준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리서치는 올해 초 생성AI로 인한 2030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전년보다 160%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AI기술 도입 가속화로 인해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 가운데 전력 수요 증가를 충족하기 위해선 2030년까지 85~90GW의 신규 원자력 발전 용량이 필요하지만 실제 구축가능한 용량은 10%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전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연평균 14.7% 늘면서 2030년에는 현재의 2배 이상인 945TWh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 전체 전력 소비량의 1.6배에 달하는 규모다.
실제로 오픈AI는 GPT-4 학습을 위해 100일간 약 2만5000개의 엔비디아 A100 GPU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때 소비된 에너지만 약 50GWh로 추산된다. 이는 약 17만가구가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에 달한다.
이에 빅테크들 또한 원자력 발전에 앞다퉈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들은 대형 원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설 기간이 짧고 비용이 적게 드는 소형모듈원전(SMR)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구글은 일반적인 물 냉각 원자로보다 고온 운전이 가능하고 사고 위험도가 낮은 SMR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카이로스파워로부터 2030년부터 2035년까지 총 500MW 규모의 전력을 SMR을 통해 공급받는다는 계획이다.
오픈AI는 극소형 고속 원자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오클로’와 협업할 것으로 알려졌다. 헬륨가스를 냉각제로 사용하는 SMR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솔트포스에는 MS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투자자로 참여했다.
AI 주도권 싸움에서 승리하려면 이처럼 전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원전은 기존 재생에너지 대비 탈탄소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빅테크의 원전 선호도는 갈수록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원전으로도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원자력이나 천연가스와 같은 기저발전을 토대로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까지 동원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적으로 탄소가격제가 도입되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개선될 것이란 분석도 여기에 힘을 싣고 있다.
빅테크들은 재생에너지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구글은 태양광·풍력 발전업체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전력의 상당 부분을 탄소중립 에너지원으로 채우면서 장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전략이다.
애플도 공급망 전반에 탄소중립 경영을 도입해 전세계 데이터센터와 오피스 대부분에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있다.
메타는 방대한 소셜미디어(SNS)·메타버스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해 풍력발전소와 직접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하거나 태양광 발전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단순한 기업의 사회적책임 수준이 아니라 미래 경쟁 우위를 결정짓는 필수 요소로 인식하고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달리 한국의 IT기업들은 에너지 확보 부문을 외면해 온 감이 없지 않다. 물론 여기에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에너지가 한국전력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다른 해외 빅테크와 같이 사업자와 직접 전력구매 계약을 맺고 공급을 끌어오는 것이 쉽지 않다.
재생에너지 발전 원가나 보급 속도, 인프라 확충 속도 역시 글로벌 기준에 미치지 못해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역량을 갖춘 스타트업과 협업하거나 AI기술을 활용해 데이터센터 효율을 극대화하는 시도 등 다양한 대안을 모색해야 할 단계며, 정부 차원에서도 관련 규제·제도를 서둘러 정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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