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IT 쇼핑의 시대 ⑯
지난 십여년 간 글로벌 기업의 한국지사장을 맡아오면서, 세상에는 많은 서비스형SW(SaaS)과 플랫폼(Platform)이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성장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리고 그간의 노력과 지식을 토대로 IT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디지털전환(DT) 프로젝트를 지원하고자 2020년 6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지금과 같이 변화무쌍한 시대에 모든 CEO는 “변화를 통한 생존”이라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십수년 간 관련 업계에 몸담아왔지만, 최근들어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심각한 위기의 상황)에 CEO가 행동하는 모습은 정말 다양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그간 만나온 CEO의 유형은 아래의 네 개의 유형으로 분류된다.
① 너무나 절실하고 CEO가 변화의 주도적 역할을 하며, 프로젝트 오너로서 고민하고, 준비하고, 실행하는 CEO
② 절실하지만 현재의 비지니스가 너무 바쁘고, 변화를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CEO, 즉 조직내의 누군가에게 이 큰 변화의 과제를 위임하는 CEO
③ 절실함은 느끼고 있으나 현재 역량이 안된다고 판단하여 추후 해야하겠다는 숙제로 남기고 현재에 충실한 CEO
④ 지금 현재에 만족하고, 현재에 충실하게 현재의 비지니스에 집중하는 CEO
위의 네 개 부류의 CEO와 프로젝트를 추진해오면서 경험한 것은, 당연히 첫 번째 유형의 CEO가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창업 3년을 향해가는 스타트업을 경영하는 경영자로서, 이들을 만나 첫 번째 진행하는 것은 이들의 고민을 듣고, 필요한 디지털전환의 아젠다를 셋팅하며, 우선순위를 정하는 최고디지털책임자(CDO)의 역할을 맡는 것이다.
대부분의 중소·중견기업의 CEO는 변화를 깊게 고민하고 있지만, 이 고민을 체계적으로 해결하는 방법론과 경험이 부족하며, 또 이러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현실적으로 없어 우선순위와 아젠다를 정리하는 것 조차 어려운 일이다.
DT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기업의 CEO의 특징도 주목할 만하다. CEO가 ‘디지털 기업’이 되겠다며 공개적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모든 임직원들에게 왜 디지털 기업이 되어야 하는지 설명하고 공감하는 시간과 활동을 통해 모든 임직원의 참여를 독려하며, 본인이 해야만 할 과제를 조직 내 임직원과 함께 진두지휘를 하는 것, 즉 ‘본업’과 ‘디지털PM’이라는 2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대기업과 같이 전문경영인으로서 중요한 의사결정만 하는 역할로는 DT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는 사실, 이와 같은 이유로 중소·중견기업의 CEO는 고독하고, 어렵고,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많은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져 있다.
두 번째 유형의 CEO는 DT 프로젝트를 수행하고자 하나, 임원 중 한 사람을 PM으로 선정하고 CEO는 보고만 받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는 성공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CEO가 위임한 임원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주고 권한 위임을 한 경우는 성공 가능성이 70% 이상 될 것으로 생각되나, 위임받은 임원에 대한 무한 신뢰가 없는 경우에는 그 가능성이 30%까지 낮아진다.
즉 위임을 받은 임원의 의사결정에 대해 본인이 100% 의사결정에 동의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으로 성공가능성이 낮아 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유형의 CEO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DT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기를 권유한다. 성공할 가능성이 지극히 낮고, 비용과 시간과 노력을 모두 버리게 되며, 필자역시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즉, DT 프로젝트의 성공여부는 CEO가 진두지휘하는 조직, 또는 CEO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은 자가 선두에 설 때, 그만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기업의 디지털화, 혹은 기업의 혁신’을 이야기할 때 인공지능(AI)이나 최첨단 IT기술을 도입해 뭔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DT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인식의 부족이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목표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고객에게 새로운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s)을 전달하는 것이나, 내부 업무처리와 업무진행 방식이 디지털화가 아닌 기업이 외형적인 부분만을 기술로 구현하겠다고 하는 경우, 이 DT 프로젝트의 성공률 또한 지극히 낮아질 수 있음은 다양한 해외기업의 성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성공적인 DT는, 내부 업무의 DT 전환이 우선되며 자원 모두가 충분히 훈련이 된 후 진행해야만 확률이 높아진다. 기업 프로세스의 디지털 전환(Digital Workforce)을 이뤄낸 기업 만이 첨단 기술을 통한 디지털 비즈니스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CEO는 잊지 말아야 한다.
글 : 이 영 수 / 대표(CEO) / 디지포머싸스랩
관련기사
- 단일 인스턴스(Single Instance), SaaS 업그레이드의 비밀 ①
- 보험산업계에 파고드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 물결
- 데이터에서 가치 찾기…“빅데이터? 분석하지 말고 질문하라”
-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의 필수 조건, 멀티테넌시(Multi-Tenancy) ①
- 네이버클라우드, RPA SaaS 출시… “하이퍼오토메이션 시대 이끈다”
- 디지털 시대의 ‘협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제는 고민해야 할 때
- “CFO는 주목! SaaS/Platform으로 비용최적화하는 방법을 알려주마” ①
- DT 성공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①
- “IT, 이제 쇼핑하세요!”…구독형 SaaS 마켓플레이스, 국내 최초 오픈했다
- [톡 with 스타트업] “최고디지털책임자(CDO)가 필요하세요? 우리가 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