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01년에 처음 국내에 상륙한 애자일(Agile) 개발 방법론이 빠른 시대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최근 몇 년간 국내 기업 조직문화에 적극 도입되었다. 하지만 마땅한 성공사례가 아직까지는 회자되고 있지 않다. 

이유가 뭘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은 사람의 문제로 압축이 된다. 즉, 시스템과 도구는 애자일하게 구축되었으나 정작 이를 사용하고 문화로 구축해야 할 사람들이 애자일하게 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좀 더 다듬어 말한다면 일하는 사고와 일하는 방식의 문제에 있었다고 보는 게 맞겠다.

이는 기업 디지털혁신(Digital Transformation, DT)에도 그대로 적용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기업 DT의 이유와 방법, 목적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그전에 우리는 먼저 DT 시대에 있어 기업 생존의 관건이 무엇인지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비즈니스 패러다임상 “시장 대응(Market Orientation)의 시대”라고 말한다. 이는 마케팅의 시대마저 뛰어넘는 매우 불명확한 시장에 대한 대응을 의미하며 다음과 같은 역량을 기업들에게 요구한다. 

“시장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고객의 숨은 욕망과 결핍을 찾아 선 대응하는 시장 탐색(Market Sensing) 능력”

그렇다면 대기업에 비해 모든 자원이 부족한 우리의 중소·중견기업들은 어떻게 시장 대응을 적절하고 영리하게 센싱할 수 있을까? 필자가 제시하는 아래의 3개 항목에 주목하길 바란다.

첫 번째, 전사 직원 모두가 기술이 아닌 고객경험 중심의 사고로 철저하게 무장해야 한다. 두 번째,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구축을 통한 시장 탐색과 분석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세 번째, 이 모두를 진정 애자일하게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 3개의 요소가 곧 기업 DT를 해야만 하는 이유와 방법이 되며 동시에 빠른 고객 니즈 변화에 대응해야만 하는 목적이 된다. 특히, 첫 번째에 언급한 고객경험 중심의 사고 무장은 성공적인 DT 정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질레트는 2010년 이후 자신들의 기술력을 남용한 나머지 2중 면도날에서 6중 면도날까지 개발하여 시장에 출시하게 된다. 

박주민 프론티어비즈 대표
박주민 프론티어비즈 대표

그들의 생각은 이러했다. “면도날 수를 늘리는 우리만의 기술을 이용해 수염이 더 잘 깎이게 하면 매출이 몇 배는 늘어날 거야”

하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2010년도 기준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이 71%에 달했던 질레트는 2018년 47%까지 곤두박질했다.

반면 2015년부터 면도기 시장에 등장한 신생 기업인 달러 셰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 DSC)는 질레트와는 전혀 다른 전략을 펼치게 된다. 

즉, 고객경험 중심의 사고로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 것이다. “왜 매번 귀찮게 면도날을 사야만 하지?”, “대체 비싼 5중, 6중 면도날이 왜 필요한 거야?” 이러한 질문은 고객에게 꼭 필요한 적정 가격과 품질을 갖춘 정기 배송 서비스라는 솔루션을 선보이게 된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시장에 진입한지 단 3년 만에 DSC는 시장 점유율을 1%에서 8.5%까지 끌어올리는 놀라운 성과를 낳게 된다. 특히 DT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인 시장 점유율만 놓고 보면 질레트의 20%를 훨씬 뛰어넘는 50%의 시장을 점유하게 되었다.

이를 두고 올리비아 투비아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질레트는 기술자 경험을 추구했고 달러 셰이브 클럽은 고객경험을 추구했다. 고객은 간편하고 간소한 제품을 원하는데 질레트는 자신의 기술에 심취해 있었다.”

이 사례가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기업 성공 DT의 전제 조건 첫 번째가 바로 기술과 시스템이 아닌 고객경험 중심의 사고로 먼저 무장되어 있어야만 한다는 걸 말해준다.

 

글 : 박 주 민 / 기업영업교육 전문가 / 프론티어비즈 대표

관련기사

저작권자 © IT비즈뉴스(ITBiz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